우리 언론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60년간 언론 외길 인생을 걸어온 서강훈 기호일보 회장이 12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늘 ‘해직 기자’라는 딱지가 훈장처럼 붙어 다녔다.
1937년 6월 서울시 서대문구 향천동에서 태어나 1958년 인천교육대학 전신인 인천사범학교 본과를 졸업하고 잠시 교직에 몸담은 뒤 1964년 건국대 법정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졸업과 함께 1964년 옛 경기일보 기자로 입문한 뒤 2년 만에 사회부장으로 승진할 정도로 뛰어난 현장 취재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5년 뒤인 1971년 부국장으로 승진하며 언론인으로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했지만 1973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단행한 ‘1도 1사’ 원칙의 언론 통폐합 조치로 당시 고인이 몸담았던 경기일보와 경기매일신문은 훗날 경인일보가 된 경기신문으로 언론 3사가 통폐합되면서 해직됐다.
하루아침에 군사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문이 닫힌 신문사 앞에서 해직 언론인들과 함께 부당함을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군홧발과 곤봉 세례였고, 바위에 달걀 치기에 불과했다.
제각각 갈 길을 찾아야 하는 비운 앞에 선 고인은 오랜 교육청 출입 경험을 토대로 전문성 있는 교육신문 발행에 착수한다. 언론 통폐합으로 명맥이 끊긴 인천언론의 맥을 잇고 인천시민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교육관계 특수주간지를 내세워 당국의 허가를 받는다. 그렇게 1975년 10월 10일 해직 기자들을 규합해 ‘경기교육신보’를 창간한다.
경기교육신보 창간은 기적에 가까웠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이 새로운 신문 창간을 원천 차단한 당시 상황에서 국내에서 처음 창간한 신문이기 때문이다.
인천과 경기지역 교육을 다루는 신문이라는 특수 명분으로 창간했지만 교육 분야 말고도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며 인천 유일의 언론으로서 지역 대변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특히 고인은 처음부터 교육 주간지가 아닌 종합 일간신문 창간을 통해 인천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창간 이후 여러 차례 종합 일간지 전환을 시도했지만 군사정권에 의해 번번이 좌절됐다.
10여 년간 이어진 인천언론의 빙하기는 1987년 6·29 선언으로 언론자율화가 시행되면서 봇물이 터진다. 고인은 경기교육신보로 쌓은 탄탄한 입지와 시설 그리고 인력을 바탕으로 1988년 7월 20일 창간호 발행을 시작으로 오늘의 기호일보를 일궜다.
고인에게 붙은 또 하나의 별칭은 외골수다. 60년 기자 외길을 걸어온 고인은 언론이 자본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판단으로 기호일보에는 그 흔한 기업의 출자 한 푼 받지 않았다. 그러한 고집 때문에 국내 언론계에서는 찾기 어려운 기자 출신 사주(社主)이기도 하다.
신문의 정도를 걷겠다는 고인의 언론관은 기호일보 창간사에 잘 드러난다.
"기호일보는 불의의 강자 앞에 강할 것이고 정의의 약자 앞에 약해질 줄 아는 신문 본래 영역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목소리의 박자가 높을수록, 빛깔의 농도가 짙을수록 신문도에 한층 더 충실한다는 대목을 강조하느니 만큼 우리에게 헛된 약속이란 있을 수 없다. 영원히 퇴색되지 않을 빛깔, 하늘빛 짙푸른 기상으로 서릿발 같은 차가움을 곁들이면서 창업 정신과 창간호의 다짐을 착실히 지켜 나가려고 한다."
창사 49년, 창간 36돌을 앞둔 현재도 기호일보 가치가 변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인의 장례는 ‘기호일보 회사장(葬)’으로 엄수한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기호일보 주요 연혁
1975년 10월 10일 경기교육신보 창간
1988년 7월 20일 ㈜기호신문사 창간
1988년 11월 28일 ㈜기호일보사로 제호 변경
1989년 7월 1일 월간 수도권화보 발행
1989년 12월 8일 석간에서 조간으로 변경 발행
1995년 6월 5일 한국ABC협회 가입
1997년 6월 20일 경인지방자치연감 최초 발행
1998년 3월 20일 소년기호일보 발행
2001년 2월 1일 한국기자협회 가입
2003년 3월 25일 전국지방신문협의회 회원사 가입(창립회원사)
2003년 12월 23일 수도권화보 포토기호로 제호 변경
2006년 1월 1일 기호일보 CI 변경
2008년 2월 18일 대표이사 회장·발행인 서강훈 선임
2011~2018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사 선정
2016년 10월 10일 홈페이지 개편, 기호TV 신설
2018년 12월 28일 본사 새 사옥 이전
2020년 7월 20일 제8회 기호참일꾼상 시상식 개최
2021년 6월 15일 제1회 올해의 기호자치의정대상 시상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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