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 20여 년간 사람들의 생활을 바꾼 인터넷 혁명 이후 코로나19는 다시 한 번 ‘빅체인지(대전환)’의 계기가 되고 있다. 비대면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구태를 버리고 일신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명과 암도 존재한다. 배달, 택배 등 비대면 업계는 활황인 반면 대면 중심의 요식업, 여행업 등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본보는 코로나19가 우리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짚어 봤다.

양주시에서 호프집을 운영했던 박모 씨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어 결국 가게를 폐업한 모습.
양주시에서 호프집을 운영했던 박모 씨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어 결국 가게를 폐업한 모습.

# 요식업·여행사, 코로나19 직격탄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갈비탕 프랜차이즈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박모(36)씨는 2019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관심을 갖게 된 미국풍의 술집을 개업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내 양주시에 가게를 오픈했지만 두 달 뒤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야심찬 도전은 무너졌다. 개업을 위해 빌린 대출금에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급여를 주기 위해 갖고 있던 재산도 모두 써 버렸다. 결국 개업 6개월여 만에 눈물을 머금고 가게를 폐업했다. 

㈔외식프랜차이즈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올해 프랜차이즈 산업통계 현황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6천847개로 집계됐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매년 1천 개가 넘는 브랜드가 폐업하는 실정이다. 

서울시에 위치한 중견 여행업체에 다니던 지모(32)씨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부득이하게 일을 관둬야 했다. 군 전역 후 늦깎이 대학생으로 졸업한 뒤 나름 성실하게 일하던 직장이었지만 사측의 매출 저하에 따른 자체 휴업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퇴직할 때 받았던 퇴직금마저 다 써 버린 그는 현재 안산시에 위치한 반도체 관련 제조업 공장에서 야간 근무까지 감수하며 힘겹게 돈을 벌고 있다.

홍콩 현지에서 직접 여행사를 운영하던 김모(36)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홍콩 정부가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전무했다. 심지어 외국인들을 자국으로 돌려보내는 초강수 정책까지 나오면서 억지로 한국에 입국했다.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되길 기대하면서 여행사 홍보 차원에서 홍콩 여행을 주제로 한 유튜브 개인 방송을 시작했지만 돈벌이는 되지 못했다. 결국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서 지인이 운영하는 인천시 소재 육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국세청이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여행업 사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9% 감소했다. 실질적으로는 지 씨의 업체처럼 통계에는 잡히지 않은 사실상 휴업 상태인 곳도 상당하다. 한국여행협회 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여행사(유사 여행사 포함) 가운데 25.9%가 휴·폐업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 뷰티·유흥업계도 불가피한 타격 

의정부시에서 네일아트숍을 운영하는 현모(34·여)씨는 코로나 이후 예약 취소가 속출하면서 가게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건물 임대료 70만 원을 제외하고 나면 근근이 먹고살 정도만 벌 수 있었다. 경기도가 코로나 경제방역 차원에서 지원하는 소상공인 대출을 1천만 원까지 끌어 모았지만 지속되는 코로나 위기로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현 씨는 비트코인 열풍에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지만 폭락을 거듭하면서 있는 돈마저 날려 버린 신세가 됐다.

양주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28·여)씨도 코로나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면서 의식주, 양육비 등 고정 지출과 달리 변동 지출인 미용 관련 소비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기 위해 본업이 있는 남편까지 밤에 대리기사 부업까지 뛰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대면 서비스 업종인 미용실, 네일숍 등이 타격을 크게 입었다"며 "반대로 셀프로 할 수 있는 네일, 미용 관련 물품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시에서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양모(52)씨는 월 3천만 원이던 수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점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해 단골손님마저 방문을 꺼리는데다, 오후 10시 영업제한 정책까지 준수해야 하다 보니 타격이 컸다. 

지난 2일(0시)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826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도권 확진자 비중이 높고 전파력이 강한 ‘델타 바이러스’가 확산된 게 주요 원인인데, 노래방 확진자도 상당 비율을 차지했다. 

때문에 인천시는 지역 내 노래방 2천264곳의 모든 업주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7일까지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것을 행정명령한 바 있다. 고양시는 오는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코로나19 안전신고 포상금제도를 운영해 주점과 공연장, 무도장, 종교시설 등을 대상으로 집합금지 조치 위반, 정원 외 밀폐·밀집 인원 발생, 출입자명부 관리 위반, 허용시간 외 영업 등의 위반행위를 접수받고 있다.

양주시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조모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배달이 늘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양주시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조모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배달이 늘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 코로나19가 기회로 찾아온 업계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시기, 양주시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조모(38·여)씨는 남들에게 위기였던 바이러스가 기회로 다가왔다. 강원도 강릉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다가 업종을 변경하는 모험을 했음에도 월평균 매출이 2천만 원을 넘기고 있다. 

조 씨의 가게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배달 중심의 장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3월 통계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온라인 주문 음식 서비스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78.6% 증가한 17조4천억 원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7년 2조7천억 원과 비교하면 6.4배 수준으로 급성장한 것인데, 코로나19 비대면의 활성화가 성장에 한몫했다. 

비대면 이슈는 캠핑장의 호황도 이끌었다. 양평군에서 6천600여㎡ 면적에 20여 개 사이트로 조성된 캠핑장을 운영 중인 김모(44)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미소 짓고 있다. 2017년 개장 당시 1천5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던 월매출이 2배 넘게 올랐다. 현재는 투자를 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해 임야를 개간, 캠핑 사이트를 추가로 조성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중심의 여가활동이 증가하면서 국내 캠핑인구가 7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현 기자 ks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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