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금희(인하대 환경공학과), 최재봉(인천대 건설환경공학과) 학생이 지난 29일 인천시청 앞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학생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금희(인하대 환경공학과), 최재봉(인천대 건설환경공학과) 학생이 지난 29일 인천시청 앞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년 10월 30일 대학생기후행동이 출범했다. 현재의 지구 온도 상승과 기후변화의 양상이 1020세대의 생존과 사활이 걸린 전 사회적 비상사태라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움직임이었다. 이들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는 지금의 정책을 규탄하며 2030년 탈탄소와 탈핵을 통해 정의로운 생태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인천에서도 인천대학교와 인하대학교를 중심으로 30여 명의 대학생들이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보는 대학생기후행동 인천지역 지부 소속 최재봉(25·인천대 건설환경공학과 4년)씨와 이금희(19·인하대 환경공학과 1년)씨에게서 MZ세대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생기후행동 대표이자 인천지부장을 맡고 있는 최재봉 씨는 지난해 유튜브에서 본 한 영상을 계기로 기후행동을 시작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2030년 인천공항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그린피스의 영상이었다. 평소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2020년 7월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1인 피케팅에 나섰고, 그 모습을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이금희 씨도 커뮤니티 게시물을 통해 연이 닿아 전국 30개 지부 중 인천지역 지부 발족에 함께 했다. 

이금희 씨 (인하대 환경공학과 1년)
이금희 씨 (인하대 환경공학과 1년)

이 씨는 "원래 기아 해결을 위해 농학박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무분별한 생산량 증대로 인한 비점오염원으로 심화되는 환경문제와 환경약자를 알게 됐다"며 "커뮤니티에 올라온 모집 글을 보고 기후위기 활동을 시작했고, 직접 시위도 참여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대학생기후행동 인천지역 지부는 지난 5월 30일 인천시청에서 구월동 로데오거리까지 기후비상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영흥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폐기물 없는 사회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물뿐인 그린뉴딜, 말뿐인 정책으로는 세계적인 감축목표인 2030년 45%와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최 씨는 "기후위기를 살고 있고 더 심각한 미래를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는 확률에 이 문제를 던져 버리는 것이 매우 화나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2030년까지 탈핵과 탈탄소로 감축목표 100%를 만들기 위한 체제 전환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MZ세대가 기후위기 당사자라는 의식을 갖기 힘들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최근 대학생기후행동을 비롯한 참여 움직임에 대해 희망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 씨는 "지금까지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야 한다’고 말해 왔지만 이제 기후위기의 피해자는 미래 세대가 아닌 우리"라며 "당사자 문제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추상적이고, ‘어차피 살다가 죽을 건데 미래까지 생각해야 해?’는 생각들도 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해 수천만 명의 청년들이 동참했고, 우리가 기후행동을 시작한 것처럼 다른 관점에서는 청년들도 기후위기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인 안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방안이 거대하다 보니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MZ세대의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와 참여를 보다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소통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나 단체,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통의 장은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커뮤니티나 SNS 등 청년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공간들까지 포괄한다. 기후위기를 체감하려면 이런 공간에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또 환경특별시를 표방하는 인천이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환경 이슈로 이들은 탈석탄과 자원순환 문제를 꼽았다. 지역 내에서 에너지를 비롯한 자원들이 생산되고 순환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재봉 대학생기후행동 인천지부장 (인천대 건설환경공학과 4년)
최재봉 대학생기후행동 인천지부장 (인천대 건설환경공학과 4년)

최 씨는 "지금 기후위기를 봤을 때 2050년도면 송도 끝자락에 있는 인천대학교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제국주의, 폐기물 제국주의’라는 말이 있는데 수도권에서 쓴 폐기물을 인천에 갖다 버리고, 영흥화력에서 발전한 전기를 수도권에서 끌어 쓰는 방식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반적인 생산물을 줄이고 지역 내에서 순환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기후행동과 더불어 현재 인천환경운동연합에서 사무와 행사 진행을 돕고 있는 이 씨는 시민들에게 에너지나 자원순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매립과 소각 중 고르라고 하면 소각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지역에서는 소각장을 짓는 것에 대한 민원이 많다"며 "인천에서 소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나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인천시가 시민들에게 보다 잘 알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요즘 일회용품 없는 공공청사를 하고 있는데 공공분야에서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학생기후행동은 궁극적으로 ‘정의로운 생태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 사람 또한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순환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인터뷰 내내 수차례 강조했다.

최 씨는 "단시간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체가 없어지면 그분들의 처우, 노동을 개선하는 게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포괄적으로 순환가능한 일자리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단순하게 탄소 배출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 순환가능한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 역시 "가장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소비를 줄이고 소비 감소에 따른 생산량 감소, 궁극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아나바다 운동처럼 쓰던 물건을 다시 써야 하는지에 대해 시민들의 인식을 고취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캠페인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대학생기후행동은 오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기후원정을 떠난다. 

45명으로 꾸려진 ‘기후원정단’이 인천공항부터 수도권매립지, 영흥화력발전을 거쳐 강원도 신규 석탄발전소와 홍천 송전탑 건설을 막으려는 주민대책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방문할 예정이다. 기후위기 현장에 대학생 당사자들이 직접 찾아가는 셈이다. 

대학생기후행동의 활동에 공감하고 기후원정단을 응원하는 시민들은 후원(하나은행 272-910030-33304)도 할 수 있다.

최 씨는 "대학생기후행동은 2030년 탈핵과 탈탄소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를 모시고 같이 이야기하고 있고, 더불어 기후위기 현장을 찾는 실천도 준비하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기후위기를 인지하고 있고, 막기 위해 함께 몸으로 행동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번 원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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