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경제를 비롯해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주며 언택트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m)’을 촉발했다. 사람과 사람 간 안전한 연결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과 이를 빠르게 수용하는 이용자, 즉 MZ세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요 소비 연령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MZ세대는 I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으로 대형 IT기업 인력의 주축을 차지하는 등 소비·여가·생활 트렌드의 핵심 연령층으로 자리잡았다.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우선시하는 이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관을 드러내며 사회·경제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여러 MZ세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된 사회·경제적 모습을 들여다봤다.

# 투잡, 스리잡? 이제는 ‘프로 N잡러’ 시대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벨’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야근과 회식을 지양하며 퇴근 후 개인 시간을 확보해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며 취미 등 관심 분야에 더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부업’ 형태로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발달한 인터넷 환경 덕분에 관련 전문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MZ세대는 자아실현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프리랜서’로 인터넷을 누빈다. 이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직업’이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N잡러는 유튜버, 블로그 등 SNS 운영, 작가, 개인투자자, 앱 개발자, 마케터 등이 대표적이다. 

허준혁 씨.
허준혁 씨.

공인중개사 허준혁(38)씨는 2년 전부터 여가시간을 활용해 유튜브를 시작, 현재 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전문지식을 토대로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말 그대로 틈틈이 아이템을 찾고 원고 작성부터 촬영, 편집까지 혼자서 작업을 한다. 일정 구독자가 있는 만큼 수익도 창출되지만 본업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허 씨는 유튜브를 통해 더욱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구독자들에게 유용하고 정확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에 영상 제작 전 끊임없이 공부하고 확인하다 보니 자연스레 전문성이 강화된다. 

허 씨는 "계약보다는 부동산 관련 지식이 부족해 상담 자체에 목 말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계약 시 유용한 정보와 꼭 체크해야 하는 사항, 법정 분쟁 대처법 등 실생활에 유용한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 중으로, 코로나 상황에서 직접 상담이 꺼려지는 분들이 특히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디지털노마드(Dgital Nomad)’

요즘은 누구나 글을 쓰고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기존에는 작가가 되기 위해 신춘문학 등 대회에서 입상해야 했지만 요즘은 여러 플랫폼에 글을 올리고 인기가 있으면 작가로 불린다. 일정 조회 수 이상부터는 유료로 전환해 수입도 생긴다. ‘웹소설’ 분야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의 꿈을 가졌던 김규현(36)씨는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밤마다 노트북 자판을 두들긴다. 일과 중에는 틈틈이 스마트폰 앱으로 다른 웹소설을 감상한다. 작가지망생 이전에 열혈 독자이기도 한 그는 마음에 드는 작품에 추천 버튼을 누르고 댓글을 달며 작가, 다른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도 한다. 

김 씨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들 대부분이 본업이 있는 투잡러로 다양한 연령은 물론 자영업자, 회사원, 호텔리어, 전직 판사까지 각양각색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개방된 플랫폼에 누구나 쉽게 글을 올리고 읽을 수 있어 다양하고 참신한 콘텐츠들이 나온다. 웹소설 원작의 웹툰, 드라마, 영화, 굿즈 등 원소스멀티유즈도 용이하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인기(조회 수·유료 독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김 씨는 "과거 만화나 소설의 불법 다운로드에서 이제는 돈을 주고 작품을 보는 문화로 바뀌어 ‘글’로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오프라인 매장을 능가하게 된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이 한몫했다.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작품을 올릴 수도 있는데, 유료로 전환될 시 수십만 원의 용돈벌이부터 몇백만 원 수준의 회사원 월급, 톱 작가들의 경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수입은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광고대행사 링크프라이스 전경.
온라인 광고대행사 링크프라이스 전경.

# 비대면 문화 확산에 ‘플랫폼 서비스’와 ‘쌍방향 소통’은 못 참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며 언택트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는 제품, 서비스, 정보가 합치돼야만 가치를 갖는 비즈니스로 플랫폼 운영자와 판매자, 이용자로 구성된다. 플랫폼 서비스는 기존 규모의 경제보다는 이용자들을 늘려 이익과 효용을 얻는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SNS를 통한 입소문과 피드백 등 이용자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용자에 대한 이해가 필수로, 주요 이용자는 역시 통신 네트워크의 진화 속에서 성장해 온 ‘MZ세대’다. 

신기훈 씨.
신기훈 씨.

MZ세대는 ICT(정보통신기술)과 세계화, 최신의 정확한 정보 습득과 처리에 상당히 익숙해 기업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실시간 이벤트 등 새로운 방식의 홍보를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실시간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꼽을 수 있다.

온라인 광고대행사 링크프라이스의 신기훈(40)전략기획팀장은 "유통업계에서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에 맞춰 스마트폰 등으로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채팅창을 이용해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해 상품의 신뢰도와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고, SNS 등을 통한 확산성도 높아 완판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종 플랫폼 기업이 앞다퉈 도입하는 등 앞으로의 성장세가 더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충격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병이라는 특성에 사람들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업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요식업계의 경우 피해가 심각했다. 식사를 하며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며 결국 폐업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속출했다. 

김영일 씨.
김영일 씨.

온라인 유통업체 위아즈의 김영일(35)대표의 경우 음식점을 운영하다 코로나19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로 여기고 과감히 유통업 법인사업자로 등록했다. 그는 20대 후반 대기업 개발팀에 입사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자영업자가 되는 모습을 보며 퇴사를 결심했다. 이왕 그만둘 거 일찌감치 자신이 해 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원으로서 5년을 보낸 뒤 자영업자로서의 5년은 힘들지만 보람 찼다. 자신이 일하는 만큼 돈을 벌며 생활도 보다 윤택해졌다. 하지만 자유롭지 못했다. 영업장이란 공간과 시간에 계속 매어 있어야 해 ‘이런 삶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고민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는 그의 고민에 나름대로의 답을 내려줬다.

김 대표는 "내 일이 전염병에 영향, 즉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잘못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는 이곳에 묶여 있을 이유가 없었다"며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좀 더 자유롭게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내린 결심"이라고 회상했다. 그래서 택한 사업은 온라인 유통업으로 각종 인터넷 쇼핑 플랫폼을 통해 홍보 및 영업, 판매를 대행한다. 

위아즈 김영일 대표와 직원들 회의 모습.
위아즈 김영일 대표와 직원들 회의 모습.

그는 "아직 스타트업이라 순이익은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보통 한 사람의 노동력 가치를 시급·주급·월급·연봉 개념으로 환산하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는 제대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그 직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MZ세대는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라는 기성세대의 시각과는 달리 의외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직장이란 개념이 약해지며 오히려 다양한 방식의 살아가는 방법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며 "물론 과거보다 공동체 의식이나 소속감은 낮아졌지만 맘카페 등 각종 모임이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듯 필요에 따라 자연스레 모이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 사업이 대세가 될 것이며, 현재 사업도 이와 연계해 운영해 나갈 구상"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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