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수의사회가 반려동물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인천시 수의사회가 반려동물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동안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국내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이 1인 또는 2인 핵가족 규모로 변화함에 따라 반려인구의 성장 속도는 꾸준히 늘었다.

이에 더해 2020년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의 실내 활동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비롯한 반려인구의 수와 관련 수요가 가속화하는 실정이다.

반려인구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30%를 육박한다. 펫팸족(동물과 가족을 뜻하는 영어 단어 ‘pet’과 ‘family’의 합성어), 펫코노미(반려동물 관련 산업), 펫휴머나이제이션(반려동물을 인간처럼 대우하는 풍조) 등의 신조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가히 ‘1천500만 반려동물의 시대’라 불릴 만하다. 반려동물 관련 정책과 인프라, 문화 또한 나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반려동물이 관상용 또는 애완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반려동물은 단순한 ‘가축’의 개념을 넘어 ‘가족’의 일원이 돼 버렸다.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인간과 함께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노력한다.

반려인구 규모 확장에 맞춰 지역사회에서도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들이 논의되고 만들어진다. 인천지역 역시 이러한 흐름과 다르지 않다.

이에 기호일보는 ‘반려동물과의 동행 시대’를 살아가는 인천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반려동물과 반려인구를 위해 지역사회 안에서 시행되거나 논의되는 다양한 정책들도 함께 소개한다.

유기묘 건강검진과 중성화 수술 봉사.
유기묘 건강검진과 중성화 수술 봉사.

# 인천지역 반려인 이야기

<사례1> "이젠 인천지역에도 반려동물을 위한 화장시설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시 계양구에 거주하는 60대 주부 이모 씨는 3년 전인 2019년, 13년을 함께 살았던 반려견 ‘쫑이’를 떠나보냈다. 노화와 함께 찾아온 쿠싱증후군(내분비성 질환)과 신장질환이 원인이었다. ‘쫑이’는 가족들이 집을 비운 평일 낮 시간에 혼자 집을 지키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집에 돌아와 죽은 ‘쫑이’를 발견한 이 씨는 동물병원을 찾아 반려견의 장례를 치를 만한 화장시설을 찾았지만 인천지역에서는 반려동물의 화장을 진행할 곳이 없어 경기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수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이 씨는 1시간여를 달려 김포 외곽의 어느 한적한 화장장에서 ‘쫑이’의 장례를 치렀다.

이 씨는 "광역시인 인천에 제대로 된 반려동물 화장장이 하나 없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려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정책은 그러한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듯싶다"며 "반려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성숙해진 만큼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반려동물 전용 화장시설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사례2> "더 이상 반려동물들이 안타깝게 버려지는 마음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천시 서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전모 씨는 1년 전 자신이 다니는 공장에 수개월간 출몰하던 수컷 길고양이를 입양해 ‘종부’라고 이름 지었다.

‘종부’는 점심시간이 되면 나타나 공장 뒤편에서 키우던 강아지의 사료나 간식 등을 훔쳐 먹었다. 

어느 날 전 씨는 ‘종부’의 배에 검은색 펜으로 숫자 ‘11’이 쓰여진 사실을 알아챘다. 전 씨는 ‘종부’가 사람에게 키워지다가 버림 받았다고 추정했다. 

전 씨는 그런 ‘종부’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고양이 전용 사료와 간식을 직접 구매해 ‘종부’가 공장에 나타날 때마다 급여했다. 이후 ‘종부’를 직접 병원에 데려가 예방접종과 결막염 치료를 마친 뒤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그는 "만약 ‘종부’를 입양하지 않았다면 길에서 헤매다가 병으로든 사고로든 죽었으리라 생각한다"며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는 동물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반려동물이 더 이상 버려지지 않고 보호받을 만한 대책을 많이 마련하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지역 버스에 부착된 반려동물 학대 예방 포스터.
인천지역 버스에 부착된 반려동물 학대 예방 포스터.

#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과 반려인 인식 개선 교육

2020년 통계청이 진행한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인천지역 114만7천 가구 중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 수는 모두 19만4천 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개가 15만3천 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고양이가 4만2천 마리로 뒤를 이었다. 새 또는 파충류 등의 기타 반려동물은 8천 마리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국 가구 수(2천92만7천 가구)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모두 312만9천 가구로, 반려동물 양육률은 15%이다. 인천지역 반려동물 양육률은 16.9%로 전국 반려동물 양육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최근 2년간 지역 내 동물등록통계 수치도 늘었다. 2020년 시에 집계된 동물등록 건수는 모두 1만3천817건이다. 1년 뒤인 지난해 시에 집계된 동물등록 건수는 3만2천779건으로 집계됐다. 1년 새 1만8천962건이나 증가한 셈이다.

6·1 지방선거에 나선 여러 후보들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반려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말하고 그에 따른 정책 공약도 내세웠다.

당시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지난 시장 재임 시절 제정·공포한 ‘인천시 반려동물 보호·학대방지 조례’를 말하며 동물 복지 정책과 프로그램 세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시 반려동물 등록 사업 홍보 포스터.
인천시 반려동물 등록 사업 홍보 포스터.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인천지역 수의사회와 함께 반려동물 관련 정책 협약식을 열었다. 그는 ▶동물보호와 신설, 관련 예산 확대 ▶동물등록제:등록 시 인센티브 제공(동물보험 가입 등) ▶반려가족 카드 발행:반려동물 병원비 10% 환원 ▶반려동물 복합단지 조성 ▶의료 사각지대 위기 동물 지원 ▶반려동물 임시보호시설 마련 ▶동물학대 근절 방안 마련 등의 반려동물 관련 주요 정책을 협약했다.

시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국민의힘 이학재·안상수 예비후보도 ‘시립 반려동물 장례식장 설치와 납골당 반값 운영’, ‘반려동물 보험 지원’ 공약을 각각 발표하기도 했다.

시도 반려동물과 반려문화의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고 또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정책과 사업은 문제행동을 보이는 반려견의 행동 교정이다. 소음과 개물림 사고 방지, 반려동물 교양강좌 개설로 시민들의 동물 보호 의식 증진을 위해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과 반려인 인식 개선 교육’을 시행한다.

현재 5개 구(연수·남동·부평·계양·서구)가 시행 중인 해당 정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으로 나뉜다. 오프라인 교육으로는 반려동물 행동 교정 서비스, 반려동물 교양강좌, 어린이 동물보호교실, 함께하는 반려동물 문화교실 등이 있다.

온라인 교육으로는 일대일 줌(ZOOM) 반려동물 행동 교정 서비스, 실시간 화상 반려동물 교양강좌, 온라인 어린이 동물 보호 교실, 함께하는 반려동물 문화교실 등을 진행한다.

인천시와 市수의사회가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 지원방안을 살폈다.
인천시와 市수의사회가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 지원방안을 살폈다.

이와 함께 시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책임의식 고취와 동물 보호 인식 제고, 펫티켓 문화 조성 등을 위해 ‘동물 유기 방지와 길고양이 TNR 사업 홍보’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길고양이 보호, 동물 학대와 유기동물 방지 등을 홍보하고 별도의 홍보물을 제작해 반려동물 보호자의 책임의식 제고를 위한 동물등록 홍보활동을 펼친다. 

유실·유기동물 입양을 위한 지원 정책도 시행한다. 시는 1억6천여만 원(국비, 시비, 군·구비, 자부담 포함)의 예산을 투입해 ‘유실·유기동물 입양비용 지원’ 정책을 편다. 이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유실·유기동물을 입양하고 동물등록을 완료한 사람에게 입양 제반 비용을 지원해 안락사되는 동물을 최소화하고, 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시는 오는 10월께 반려동물 관련 체험 행사를 비롯해 반려동물 용품 전시, 반려동물 무료 검진 등이 어우러진 ‘반려동물 문화 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천지역의 긍정적인 반려문화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우제성 기자 godok@kihoilbo.co.kr

사진=<인천시·市수의사회·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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