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반려동물센터에서 강아지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경기도 반려동물센터에서 강아지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반려동물 1천500만 시대.’ 반려동물은 어느새 많은 이들에게 가족 같은 존재이자 삶의 여정을 함께하는 소중한 동반자로 자리잡았다.

KB금융지주가 내놓은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반려인은 전체 인구의 30%가량인 1천448만 명으로,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늘어난 반려동물 가구만큼 명암도 분명하다. 일부 책임감 없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동행자’였던 반려동물이 하루아침에 ‘유기동물’로 뒤바뀌는 사례도 대폭 늘어나서다.

정확한 유기동물 통계는 집계되지 않는 가운데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진행한 ‘2019년 반려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 구조되거나 보호된 유실·유기동물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13만 마리에 달했다.

또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 등록된 유기동물만도 1만1천140여 건에 이르렀다. 하루 평균 370여 마리의 동물들이 가족을 잃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 ‘반려동물 입양센터’와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가족을 잃은 유기동물과 새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새로운 동행’을 이어주는 든든한 지원 기관으로 그 역할을 굳건히 한다.

반려동물 입양센터와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유기동물 입양률 향상을 위한 기능 수행과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명실상부 도 반려동물 정책의 핵심 기관이다.

사람들에게 버려져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선발해 진료와 훈련 등의 관리를 거쳐 맞춤형 입양을 연계한다. 아울러 반려동물 전문가를 초청해 동물 보호 정책, 반려동물 에티켓, 미용 등 반려동물과 사람들의 ‘슬기로운 동행’을 위한 교육들도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관계자는 "앞으로도 반려동물을 원하시는 분들이 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도록 인식을 개선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반려견 문화교육에서 시민들과 교감하는 강아지들.
반려견 문화교육에서 시민들과 교감하는 강아지들.

# 유기동물에는 새 희망을, 사람에게는 인생의 동반자를

2020년 수원시에 문을 연 경기도 직영의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기동물을 쉽게 접하고 자연스럽게 입양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졌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용이한 도심에 거점형 입양센터를 설치해 보다 많은 도민들이 유기동물 입양에 참여토록 유도하자는 목적에서다.

이곳은 성남·구리·광명시 등에서 운영되는 시 직영 반려동물 입양센터들과 연계하면서 도 거점의 반려동물 센터 역할을 담당한다. 3주간의 기본 행동교육을 거친 유기견 중 건강검진, 중성화수술, 구충과 예방접종, 반려동물 등록 칩 시술 등을 완료한 건강한 개체를 분양한다.

반려동물 입양센터는 2020년 개소 후 현재까지 170여 마리의 유기견을 새 동반자를 찾는 경기도민들과 맺어 주는 역할을 했다.

반려동물 입양센터는 이미 상처를 경험한 유기견들이 다시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입양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신중함을 기한다. 입양 신청에 앞서 입양을 원하는 도민은 소양교육 등을 수료해야 하고 유기견의 성격·성향 등을 고려한 적합성 검토, 상담 등의 과정을 거쳐 심사숙고 끝에 입양자를 결정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입양 후에는 입양가족들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전화·방문 상담 등을 진행해 입양견들이 새 가정에 잘 적응하는지를 살피는 사후 관리도 진행한다.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반려동물 입양센터보다 먼저 출범해 도 직영 동물보호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온 모태 기관이다.

2013년 화성시 마도면에 문을 연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보호기간이 지나 안락사 대상이 된 유기견을 반려견 또는 장애인 도우미견으로 훈련시켜 무료로 입양시키는 역할을 맡아 왔다. 시·군 보호시설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 중 사회성이 좋은 강아지를 선별해 치료와 훈련, 질병 예방 등의 절차를 마친 뒤 필요로 하는 도민에게 무료로 입양한다. 개소 후 1천981마리에 달하는 유기견에 새 가족을 연결해 줬다.

선발한 유기견들 중 일부는 동물매개 활동견으로 심층 훈련시켜 사회복지사나 동물매개 활동 전문가에 입양 보내는 일도 도우미견 나눔센터의 역할이다.

이들 두 센터에서는 강아지를 기르고 싶지만 알레르기 문제나 자신감 부족 등으로 고민 중인 입양 희망자들을 고려해 2주간의 입양 확정 유예 기간을 주는 ‘임시보호제’도 운영 중이다.

도 관계자는 "반려동물 입양센터와 도우미견 나눔센터를 중심으로 유기견 입양 문화 활성화, 아름다운 펫티켓 문화 조성 등 동물 보호 선진화에 앞장서는 경기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반려동물센터에서 강아지 예방접종을 진행했다.
경기도 반려동물센터에서 강아지 예방접종을 진행했다.

# 임시보호로 건강도 찾고, 새 가족도 찾은 유기견들

지난해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를 통해 새 가족을 찾은 몰티즈 ‘한솔이’. 한솔이는 반려동물 입양센터가 입양을 연계한 100번째 주인공이다.

평택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를 받아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로 이송돼 보살핌을 받았으나 고령견에 마른 몸과 듬성듬성한 털, 슬개골 탈구 질환까지 앓아 입양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도심지 입양센터에서는 입양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는 판단 아래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반려동물 입양센터로 한솔이를 이송했고, 입양을 준비했다. 그렇게 새 가족을 기다리던 한솔이에게 찾아온 이들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전모 씨 가족이었다.

입양을 염두에 둔 강아지와의 성향이 맞지 않아 한 차례 입양을 포기하기도 했던 전 씨 가족은 당장 입양보다는 보살핌이 필요한 강아지를 돕는 일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한솔이의 임시보호를 신청했다.

2주간의 임시보호기간 동안 전 씨 가족은 한마음으로 한솔이를 돌봤고, 한솔이도 이에 화답하듯 날로 건강해지면서 풍성해진 털과 근육이 붙어 튼튼해진 다리 등 외관상으로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결국 전 씨 가족은 2주간 맺어진 정을 바탕으로 한솔이 입양을 신청했다. 가족으로 받아들였기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변화된 한결이의 모습에서 얻은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전 씨 가족은 "견종 특성을 고려해 입양을 결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은데, 반려동물 입양센터는 견종별·개체별 성격을 알려 주고 이에 맞는 대처법도 가르쳐 줘 큰 도움이 됐다"며 "무엇보다 반려견을 키워 본 경험이 없는 우리 가족에게는 같이 살아보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길이 없어 불안감이 컸는데 임시보호제도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동물보호복지플랫폼(http://animal.gg.go.kr)’에는 이처럼 도우미견 나눔센터와 반려동물 입양센터를 통해 새 동반자를 찾은 가족들과 강아지들의 사연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전경.
접근성이 좋은 도심(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전경.

지난해 8월 보더콜리 ‘핑크’(센터명 엔젤)를 입양한 이모 씨는 "핑크는 임신한 엄마가 유기돼 센터에서 태어난 아기였다"며 "데려올 때는 품에 쏙 안길 만큼 작았지만 어느덧 늠름한 중형견의 모습으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 훈련 프로그램도 받았고, 담당 선생님이 꾸준히 문제점은 없는지 체크해 주셔서 잘 반려하도록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지금은 우리집의 큰 기쁨이자 행복한 막내딸이 됐다"고 전했다.

올 6월 ‘보리’(센터명 소이)를 입양한 J씨 가족도 새로운 가족 ‘보리’를 만나게 해 준 도우미견 나눔센터에 감사함을 전했다.

J씨 가족은 "강아지를 입양하려고 여러 곳을 찾던 중 도우미견 나눔센터를 알게 됐고, 보호 중인 여러 강아지들을 자연스럽게 만나 보게 돼 좋았다"며 "지금 보리는 가족과 신뢰를 쌓으면서 산책 연습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초등학생 딸이 보리를 귀찮게 해서 소심한 보리가 아이에게 몇 번 으르렁거렸는데, 바로 담당자님과 상담을 했고 매우 친절하고 자세하게 행동 지침을 주셔서 그대로 따라했더니 이제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됐다"며 "담당자님이 얼마나 의지가 됐는지 모른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사진=<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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