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학교 담장 안에만 있지 않다.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나 일상 삶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제도를 구축한 시흥시가 전국 최초로 아이들의 생활권에 밀착해 공교육 지원 폭을 넓히는 마을교육 거점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교육 매니저인 동네 언니들이 마을과 학교를 잇는 구심점이 돼 교육도시 시흥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끈다.

동네 언니 워크숍 활동 모습.
동네 언니 워크숍 활동 모습.

# 시흥교육 전국 관심을 받다

오랜 시간 교육은 교육청과 학교가 도맡아 온 일이었다. 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교육 문제에 대한 시민 갈증을 교육청에서만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시청과 교육청은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동행을 시작했다. 바로 혁신교육지구 사업이다. 

지난해 시를 포함해 경기도 6개 시·군에서 시작한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현재 전국에서 뿌리를 내리며 절반 이상의 시·군이 혁신교육에 활발히 참여하는 중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적극 소통하고 협력하며 나아가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시행한 혁신학교는 학교 수업을 바꿨고, 마을 수업은 동네 공간과 사람을 바꿨다. 

교육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학교와 마을, 동 주민센터가 힘을 모으고, 마을교육자치회와 주민자치회가 모두에게 신뢰받는 공교육 혁신을 향한 걸음을 내디뎠다. 마을교사는 학교가 마을로 나오도록 길잡이 노릇을 하고, 학교교사는 전문 교수·학습법과 교육철학을 마을교사와 함께 나눴다.

1989년 시로 승격한 시흥시는 널리 알려진 도시가 아니다. 시흥시 하면 주로 옛 시화호를 떠올리며 나쁘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혁신교육지구 사업 덕에 시는 교육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천천히 오명을 벗는 상황이다.

혁신교육, 마을교육, 교육자치처럼 교육과 관련한 이름들이 시흥과 함께하며 교육도시 시흥이라는 타이틀로 지역 경쟁력을 높인다.

전국 곳곳에서 시청과 교육지원청의 교육 협업과 학교와 마을이 펼치는 교육 거버넌스를 벤치마킹하러 몰려온다. 교육으로 마을이 변화하는 현장을 확인하고자 많은 이들이 오늘도 시흥을 찾는다. 그 중심에는 마을교육 거점센터가 있다.

동네 언니 워크숍 활동 모습.
동네 언니 워크숍 활동 모습.

# 마을교육 거점센터 출범

시에는 현재 초·중·고등학교 90개 교가 있다. 학생 수는 6만 명이 넘고, 교직원 수도 4천 명이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자 고민한다. 학교 밖에 도움을 청하는 내용이 교사마다, 학교마다, 동네마다 제각각 다르다.

학생들의 진로 교육을 위해 전문직업인을 찾거나 교사가 가르치기 힘든 특별한 분야의 강사를 찾기도 한다. 학교 행사에 필요한 장비를 구해야 하고 새로 부임한 교사들을 위한 동네 안내도 필요하다.

시는 지금까지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교육지원청과 협의해 초·중·고 90여 개 교가 원하는 다양한 요구에 부응했으나 학교 수가 100여 개에 가까워지면서 한계를 느꼈고, 해결책을 강구해 올해 마을교육 거점센터 문을 활짝 열었다. 

현재 마을교육 거점센터는 시흥교육을 연구하는 개발센터를 비롯해 북부·중부·남부 권역센터까지 구축했다. 학교를 돕는 일이 곧 학생들을 돕는 일이기에 학교가 원하는 부분은 무엇이든 방법을 찾아 해결하는 데 주력하는 마을교육 거점센터는 무엇보다 섬세함을 지향해 교육에 대한 지원을 더 가깝고 섬세하게 이뤄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 

권역센터는 북부 6개 동 28개 교(대야·신천·은행·과림·신현·매화), 중부 6개 동 31개 교(연성·장곡·능곡·목감·군자·월곶), 남부 7개 동 31개 교(정왕본·정왕1~4·배곧1~2)로 나눠 마을과 학교를 지원한다.

마을교육 거점센터가 맡은 구실은 무궁무진해 동네 교육 자원을 파악하고, 청소년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공간·프로그램을 찾아 정리하는 일을 한다. 또 이렇게 정리한 자료는 학교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며, 학교 수업에 함께하는 마을교사 역량을 키우는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권역별 마을교육자치회 의제를 모으고, 학교와 마을교육과정의 회계 업무를 돕기도 한다.

이처럼 마을교육 거점센터가 다방면으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데는 교육 매니저인 동네 언니 20명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는 동네 언니를 찾아 무엇이든 부탁하다 보니 이른바 동네 교육 콜센터 노릇을 하는 셈이 됐다. 동네 언니가 포진한 마을교육 거점센터가 생기면서 일반 행정과 마을의 학교 지원체계는 더욱 튼실해졌다.

마을교사 연수활동.
마을교사 연수활동.

# 마을과 학교 협업을 이끄는 동(洞)네 언니

교육도시 시흥을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어가는 동네 언니는 각 동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손잡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는 서로에게 존중과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동네 언니는 학교와 마을이 서로가 원하는 바를 파악해 빨리 해결해 주는 학교와 마을의 연결자이자, 동네 교육자원(사람·공간·프로그램)을 찾아 잘 관리하는 학교 밖 교육자원 관리자다.

마을 특성이 담긴 마을수업을 만들어 학교교육을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각종 성장을 지원하는 연수 기획자 임무까지 맡는다.

현재 동네 언니는 학교 교사가 마을까지 만나 시너지를 내면서 더욱 크게 성장하는 중이다. 편한 동네 언니처럼 서로 도우며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자 손을 맞잡은 학교 교사와 마을 교사 덕에 학교와 마을의 협업은 점차 넓어지고 깊어진다.

이들의 배움은 끊임없는 학습 모임으로 이어져 학교 담장을 넘는 이해와 협력을 다지며 학교에서 필요한 교육과정을 함께 만든다. 다시 말해 마을 교사는 마을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쏟아내고 학교 교사는 학교 수업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완성하도록 힘을 합치며 선한 유능함을 드러낸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동네 언니는 마을교육 거점센터와 함께 학교와 마을을 잇는 다리, 학교와 마을의 협업 촉진자, 마을교육 기획자 겸 실행자, 그 밖에 다양한 구실의 중심에 서며 오늘도 진화를 거듭한다. 동네 언니 덕에 시민들의 교육 만족도는 높아지고 교육도시 시흥은 오늘도 쑥쑥 자란다.

시흥=이옥철 기자 oclee@kihoilbo.co.kr

사진=<시흥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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