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남동생과 바람 잘 날 없는 동거를 시작한 빵떡씨의 웃픈 일상을 기록한 독립 에세이. 독립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버거운 현실을 정통으로 마주한 20대 빵떡씨의 좌충우돌 현실밀착 자립기다. 자취 초보에게는 깊은 공감을, 자취 고수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른 가지 에피소드를 눈물을 잉크 삼아 꾹꾹 눌러 담았다. 처음이라 서툴러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사건들과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인생의 크고 작은 고난에도 빵떡씨는 결코 유머를 잃지 않는다. 자신의 불행을 한 편의 이야기로 유쾌하게 녹여내, 일상 속 작지만 소중한 즐거움, 행복을 결국 발견해내고 만다.

왕복 4시간 통학, 통근에서 벗어나 독립하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상상과는 정반대?! 중고 가구와의 더부살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내 방 인테리어에, 벌레의 습격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세입자의 마음도 모르고 벽지를 야무지게 뜯어먹는 반려 달팽이에, 빨래도 요리도 성공과 실패 사이 그 어디쯤에 있고, 집 밖 소음이 모닝콜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하루 건너 하루, 매일 쉽지 않은 자취 생활에도 즐거움은 있다. 동네에 단골 가게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좁은 집 공간을 두고 전쟁을 벌이던 남동생과는 퇴근 후에 수다 떨며 하루의 고단함을 툭툭 털고, 흑역사라 생각한 실패담도 가족과 웃고 떠들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솟구치는 퇴사 욕구는 자기 삶의 결정권과 선택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되고, 얼렁뚱땅 자취 경력이 쌓이고 보니 부모님과의 갈등도 유연하게 넘기는 기술도 생겼다. 첫 자취 생활 내내 분주하게 오갔던 기쁨과 슬픔이 ‘집, 생활, 동거, 정서적 독립, 가족’이라는 5개 장에 온전히 담겼다.

살면서 겪지 못한 수많은 처음을 마주하고 ‘나’의 삶을 책임지는 방법을 배워가는 자취와 독립.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달픈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제로였던 생활력을 빵떡씨는 매일 조금씩 늘려간다. 매일의 고단함과 시행착오들을 웃어 넘기며 나만의 이야기로 엮어가는 빵떡씨의 일상을 통해, 읽는 이도 독립의 소소한 기쁨이 매일매일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자 많은 집을 보여주며 부동산 사장님들이 둘러대는 멘트는 대단히 기발하다.

"계단이 너무 가파른데 올라가다 다치는 거 아니에요."

"술 안 먹고 정신 똑바로 차리면 안 다쳐!"

"방이 너무 좁은데요."

"책상 밑에 발 넣고 누우면 딱~ 맞아."

"방 가운데에 기둥이 있어요!"

"피해 다니면 되지!"

‘다행히 배에 구멍 뚫고 자라고 하진 않으시네요…’ 이쯤되니 어째서 이런 집들이 애초에 주거 공간으로 허가가 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미션 파서블?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 11쪽

나와 석구는 다달이 25만 원씩 생활비 통장에 입금한다. 우리의 생존이 달린 비용이라는 뜻으로 계좌 이름을 ‘생존비’로 정했다. 생존비 통장에서 매달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관리비, 식비, 인터넷 요금 등이 빠져나간다. 다 빠져나가면 매달 5만 원 정도가 남는다. 이 돈은 모아뒀다가 명절이나 어버이날, 부모님 생신 등 지출이 많을 때 보탠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꽤 순탄하게 가계를 경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도사리고 있는 법이다.

가정(통장 파탄)의 달 5월, 우리의 생존비는 빠르게 바닥나고 있었다. 더군다나 4월에는 아빠 생일과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이 있었다. 나는 5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돈이 없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빵떡이 힘을 모아 겨우 어버이 날 용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내 통장들이 ‘아이구 이눔아, 그것만은 안 된다!’고 소리치는 환청이 들렸다.― <생활비를 사수하라> 75쪽

흥에 겨워 독립할 준비를 하는 나와 석구를 보며 아빠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나와 석구가 집에 친구들을 불러 모아 밤새 온더락으로 조니워커를 마시고, 대마초를 말아 피며 마약 밀매를 하는 상상을(만약 아빠에게 하이틴 영화를 보는 취미가 있다면 이런 상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혹은 나와 석구가 종일 먹지도 씻지도 않고 게임만 하다가 사회와 단절되는 상상을 할 수도….

그러나 우리가 독립 후 시행한 일탈이란 그저… 나물 반찬 없이 스팸만 구워서 아침 먹기, 밤에 치킨 시켜 먹기, 주말에 10시까지 자기, 닌텐도 5시간 하기, 일주일 동안 청소 안 하기, 옷 안 걸고 바닥에 던져 두기 정도다. 쓰다보니 너무 소소해서 눈물이 난다.― <부모의 상상은 현실이 안 된다> 213쪽

지운이 빵떡씨는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식 노래〉의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를 엄청 열심히 불렀는데 신께서 소원을 선택적으로 들어주셔서 후자만 당첨된 케이스. 일꾼이 된지도 4년 차라 이제 헌 나라의 헌 일꾼이다.

집 떠나 열차 타고 서울로 상경해 쌍둥이 남동생과 자취 중. 이러다가 팔십 넘어서까지도 둘이 사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에 치를 떠는 중이다.

농담인 듯 "대작가가 되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퇴근 후에 진짜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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