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리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벌써 계약 대수의 30% 이상이 줄어들고 어려움은 가중된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직접 만들어야 보조금을 받고, 배터리 원자재까지 내년부터 40%를 시작으로 매년 10% 이상 향상되면서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원자재만 사용해야 보조금을 확대해 제공받을 수 있는 미국 중심 법이다. 물론 목적은 첨단 기술 자국 회귀지만,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목적을 지닌다. 이후 발효된 반도체나 바이오 관련법도 이를 보완하는 법이다. 역시 정치적 논리도 포함돼 당장 8일 있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바이 아메리칸’ 선언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동맹국의 불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끼치면서까지 강행한다는 점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인 FTA에 대한 국제 기조를 해치고, 앞으로 다른 국가나 지역까지 이러한 기조가 퍼지면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 FTA를 통해 국제 간 자유무역으로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손실로 다가온다. 

 IRA로 인한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 서명 직후 발효는 비상시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유예기간도 없이 시행됐다는 점이다. 즉 8월 16일까진 전기차 1대당 약 1천만 원의 보조금을 받다가 다음 날부터 못박으면서 그렇게 인기 있던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테슬라 모델3보다 비싸졌다. 당연히 소비자의 전기차 구입에서 가격 요소가 절대적 영향을 주는 만큼 심각한 결격사유가 됐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차 EV6는 글로벌 시장에서 모든 상을 휩쓸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상황에서 없어서 못 파는 차종인 만큼 미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러한 즉시 발효에 대한 미국 정부 설명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두 번째로 이 법안은 미국산이 아닌 북미산이라는 점이다. 이미 로비 등을 통해 미국과 FTA를 한 국가들인 캐나다와 맥시코는 포함하면서 맹방인 한국은 제외됐다. 미국과 FTA를 한 국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많지 않다. 그만큼 미국의 입김이 거세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장 형성이 어렵다는 뜻이다. 캐나다·멕시코·호주·칠레 등이 해당하고 일본이나 유럽연합도 FTA가 돼 있지 않다. 이렇게 많지 않은 국가들 중 가장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받는 미국이 우리는 제외하고 불이익을 가중시키고 있다. 역시 미국 설명은 마땅치 못하다. 

 세 번째로 미국 IRA는 FTA에 어긋난다. 이미 FTA는 해당 국가 간 모든 것을 인정하고 관세 없이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최상위 관련법이다. 국내에 판매되는 미국 테슬라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관리법에 위반돼도 전혀 규제할 근거가 없는 이유도 FTA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성은 유럽연합이나 일본도 거론하는 만큼 국제 공조도 필요하고, 간신히 통과된 법인 만큼 미국 내 과반이 반대하는 그룹과도 연계가 필요하다. 반대 명분에 대한 시너지를 내야 한다. 

 네 번째로 대통령 서명 약 3개월 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마지막 일정으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개별 미팅도 하고 투자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관련 일을 챙기고 배려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으나 이 내용이 식기도 전에 뒤통수를 때렸다는 비난을 받는다는 점이다.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 등 미국에 약 15조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면서도 현대차그룹은 도리어 크게 얻어맞게 됐다. 그래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우리의 모빌리티 첨단 기술력을 미국이 되레 강화해야 함에도 이런 조치가 나온 부분은 역시 설득력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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