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한정규 전 경인지방환경청 환경지도과장

바닷가를 가면 쉽게 구경할 수 있는 것이 갯벌이다.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자리에 회색빛 흙이 사방으로 펼쳐져 벌판을 만든다. 그 벌판을 갯벌이라고 한다.

 도요새는 무더위와 강추위를 피해 삶터를 찾아 북반구와 남반구 7천㎞를 오간다. 오고 가며 쉬어 가는 곳이 한반도 서해와 남해 갯벌이다.

 그런 도요새의 쉼터 갯벌을 보고 있노라면 크고 작은 생명체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지락이며 갯지렁이 등이 살고, 육지에서 흘러드는 수질오염물질을 먹고사는 미생물도 있다.

 해양에서 갯벌은 사람의 기능에 비유하면 허파와 같다. 사람이 허파가 건강해야 하듯 바다도 갯벌이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바다생태계가 건강하다. 때문에 무엇보다 갯벌이 잘 보호돼야 한다. 

 갯벌에 사는 많은 생물이 건강해야 한다. 갯벌 생물로는 조개, 짱뚱어, 플랑크톤, 질게, 농게, 밤게, 갯벌을 기어 다니는 망둥이, 갯벌에 공기를 잘 통하게 하는 갯지렁이 그리고 갯벌 도요새, 기수우렁이, 다슬기 등 다양한 바다생물들이 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을 제거해 바다가 오염되는 것을 막아 준다. 바다생태계에 더없이 중요하다. 그런 갯벌이 건강해야 한다.

 갯벌을 터전으로 사는 도요새는 기후에 민감하다. 때문에 여름과 겨울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산다. 겨울이면 추위를 피해 러시아에서 호주·뉴질랜드로, 여름이면 호주·뉴질랜드에서 러시아로 오간다. 그곳을 오가면서 한반도 서남해안 갯벌에서 에너지 보충과 휴식을 취했다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이같이 한반도 갯벌이 도요새에게는 먼 길 여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반구 러시아와 남반구 호주·뉴질랜드의 엄청난 거리의 여정을 매년 반복하며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한국 서남해 갯벌이 더없이 중요하다.

 겨울이면 북반구에서 월동지인 남반구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약 7천㎞를 이동했다. 다시 번식지인 북반구의 러시아 툰드라 습지까지 수천㎞ 장거리를 비행한다. 매년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대이동을 한다. 도요새의 긴 여정에서 중간 쉼터인 한반도 갯벌이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곳이다.

 한반도 갯벌은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갯벌 바닥의 먹이를 먹고사는 도요새는 밀물 때를 맞춰 먹이를 먹으러 갯벌을 찾는다. 갯벌에 사는 생물들에게는 도요새가 있어서는 안 되는 천적이다. 갯벌 생물들은 도요새에 늘 두려움을 갖는다. 작은 도요새는 먹고 걷고 날기 위해서 하루면 57㎉의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도요새가 긴 여행에 대비, 한반도 서해안 갯벌에서 하루에 왕좁쌀무늬고동 1천500마리, 서해비단고동 870마리, 둥근입기수우렁이 560여 마리, 비틀이고동과 기생고동 900마리, 두토막눈썹참갯지렁이 40여 마리 등 총 3천870여 마리의 생물을 먹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민물 도요새가 한반도 서남해 갯벌에서 봄이면 75일과 가을이면 75일, 합계 150여 일 동안 10여만 마리가 머물면서 최소한 150억 마리 이상의 갯벌 생물을 먹는다.

 한반도 서해와 남해의 갯벌은 도요새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곳이다. 그런 갯벌이 오염돼 그곳에서 서식하는 짱뚱어 등이 없어져선 안 된다.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 한반도 주변 서남해안 갯벌을 보호,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데 국민 모두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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