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연 작가의 『DMZ 천사의 별』(전 2권)이 YA! 시리즈로 출간됐다. 『DMZ 천사의 별』은 청소년 인물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생존을 걸고 모험하는 서바이벌을 그려 낸 이야기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도착한 낯선 곳에서 협력과 배신을 반복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작품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어우러져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영화 〈헝거 게임〉, 〈메이즈 러너〉와 같이 벼랑 끝에 놓인 인물들의 격동적인 심리 묘사 역시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다.

장르적인 몰입감과 함께 작가는 청소년 독자가 가져야 할 문제의식 역시 작품에 드러낸다. 작품의 배경이자 전체적인 분위기를 움직이는 기후재난, 남북통일 이후의 상황, 어쩌면 낯선 공간인 DMZ까지 소재에서 느껴지는 시의성이 뚜렷하다. 이러한 소재가 작품의 흥미 요소와 만나 청소년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쉽고 재미있게 사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전 지구를 위협하는 대가뭄으로 최상층 시민 외에는 마실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 많은 아이가 음식이나 물을 훔치고 죄수가 되었다. 아이들이 감옥에 오게 된 이유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인데, 이미 위험을 감수해 본 아이들에게 작가는 ‘소년들의 날’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 이 아이들에게 더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치열한 경쟁의 생존 게임이 바로 이렇게 시작된다.

시작과 동시에 DMZ의 숲속은 아비규환이 된다. 대가뭄 속 유일한 생명의 땅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은 생명을 위협받는다. 낯선 환경의 극한상황이 심화됨에 따라 아이들의 혼란한 심리는 작품 밖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같은 처지에 놓인 서로에게 공감하지만 같은 목표를 좇는 경쟁자로서 매번 갈등하고 고민한다.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을 통해 고립된 아이들의 어리숙한 감정은 점점 우승을 향한 집념이 되고, 협력과 배신을 반복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입체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작품은 남북이 통일된 한반도와 유일한 자연 보존 지역인 DMZ라는 독특한 가정으로 묘한 기시감을 자아낸다. 작품 밖 우리에게 진행 중인 현실이 이들에게는 머나먼 과거로 서술되며 이야기 전반에 걸쳐 아득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지만, 이러한 기시감은 독자에게도 스스로 통찰할 기회를 남겨 놓는다. 단순히 소설 속 인물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작품이 그려내는 현실은 현재 우리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가령 극한의 환경 속 스스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적 공감보다는 상상에 기인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DMZ, 남북통일, 대가뭄이라는 소재가 주는 익숙함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가정법이 지금부터 벌어질 현실, 즉 미래와 맞닿아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과학자들이 경고한 지구 온도를 넘겨 버"리는(1권, 103쪽) 날이 오지 않도록,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사유의 폭을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박미연 작가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대가뭄 시대’는 현재 지구에 닥친 수많은 기후 재앙 시나리오 중 하나다. 가뭄과 폭염, 대형 산불과 같은 기후 재앙은 벌써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지금 막지 않으면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운 예측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예측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함께,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선다면 바꿀 수 있다고. 이 책에 등장하는 디스토피아가 이야기로만 머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박 작가는 지금이 아닌 시간, 여기가 아닌 공간에 대해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 ‘현재’를 담으려 노력한다. 최근작인 청소년 소설 『DMZ 천사의 별』(전 2권)과 시간 여행에 관한 SF 장편동화 『시간 고양이 : 동물이 사라진 세계』 『시간 고양이 2 : 살인나비의 습격』을 썼다. 과학 잡지 『OYLA』에 메타버스에 관한 단편 「로그아웃」을 싣기도 했다.

그 외 일제강점기,념 소설집 『평화가 온다』에 단편 「럭키 보이」를 실었다. JY 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기획하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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