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의 지혜를 담은 ‘탈무드’는 인간에게 입은 하나지만 귀가 두 개 있는 까닭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뜻이라고 전한다. 듣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시정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행정을 펼치는 일이야말로 지방행정의 요체라고 할 법하다. 

 수원특례시가 민선8기를 맞아 행정 전반에 걸쳐 경청하는 자세를 더한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을 내세우며 시민 의견을 더 많이 듣고 더 적극 해결하려는 의지가 시정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 7월 말 세류2동 ‘시민이 꿈꾸는 수원이야기’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시민들이 수원의 미래희망을 담은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지난 7월 말 세류2동 ‘시민이 꿈꾸는 수원이야기’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시민들이 수원의 미래희망을 담은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 시민과 소통이 최우선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민선8기 출범 이후 시민들과 소통에 방점을 뒀다. 대표 사업이 ‘시민이 꿈꾸는 수원이야기’다.

 이 시장은 취임 이후 수원지역 4개 구와 44개 동 주민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7월 7일부터 10월 12일까지 100여 일 동안 4천260명이 참여했다. 주요 참석자는 구와 동에서 활동하는 각종 주민단체와 지역사회 주요 구성 요소인 학교·기관·단체 대표, 주민대표를 비롯해 ‘우리 동네’에 사는 주민이었다.

 이 자리에서 시장과 시민들은 직접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시정 구상을 설명함은 물론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시민 삶의 터전인 ‘현장’에서 이뤄지는 시민들과 대화에서 뚜렷하고 실체가 있는 내용이 오갔다. 이재준 시장은 장안구에서 수원종합운동장과 연계한 스포츠 멀티플렉스 구상을, 권선구에서는 첨단과학연구도시로 서수원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통구에서는 미래교육혁신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팔달구 주민들에게는 마이스 관광도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각 동별로도 3~5개 정도의 관심 사업들의 앞으로 추진 방향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이 새로운 수원을 체감하게 했다.

 주민들도 건의사항과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모두 48회 진행한 시민이 꿈꾸는 수원이야기에서 접수한 시민 건의사항은 248건에 이른다.

 동마다 공통으로 원도심 주택가의 오래돼 바로잡기 힘든 주차난 해소와 동 청사 확충 요구가 이어졌고,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 정비와 통학로 개선, 경로당 들 노인 지원 방안도 단골 건의사항이었다.

 더구나 지역 학교를 대표해 참석한 각급 학교장들은 학교 환경 개선과 학생 돌봄, 그 밖에 학교 행정과 기초 행정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시민 건의사항 중 일부는 현장에서 곧바로 처리했다. 도로 포장, 보안등 설치처럼 사소하지만 생활편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민원은 현장에서 시장 지시로 바로 해결했다. 보기로 올 9월 중순 마무리한 일월공원 화장실 출입구 개선사업의 경우 한 달여 만에 처리했다.

수원특례시가 9일 지동에서 첫 운영을 시작하는 ‘찾아가는 현장시장실’ 버스 외관.
수원특례시가 9일 지동에서 첫 운영을 시작하는 ‘찾아가는 현장시장실’ 버스 외관.

 # ‘리·반장’이 현장에서 해결한다

 수원시는 시민과 소통을 책임행정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구와 동에서 청취한 시민 건의사항을 적극 해결하는 ‘찾아가는 현장시장실’을 운영함으로써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장행정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다.

 현장시장실은 시민들이 원하는 지역 어디든 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이 구석구석을 찾아가게끔 대형 버스를 투입해 운영한다. 버스 바깥에는 ‘우리 동네 리·반장이 간다’는 문구를 적었다. ‘이재준 시장’이 ‘우리 동네 리·반장’이 돼 주민 문제를 직접 듣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버스를 타고 현장에 간 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은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로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다. 시민들이 어떤 점에서 불편을 느끼는지를 경청하고 개선할 방법이 있는지를 고민해 함께 방법을 찾는다. 진행 상황과 결과도 시민들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시 첫 번째 현장시장실이 열리는 장소는 ‘지동’이다. 9일 오전 이재준 시장과 실·국장·부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해 구석구석을 누비게 된다.

 앞서 9월 14일 ‘시민이 꿈꾸는 수원이야기’ 지동 방문 당시 지역주민과 관련 기관이 함께하는 ‘로드체킹’ 제안이 성사됐다.

 팔달경찰서 신축 부지와 문화재보호구역 복원정비사업 부지가 인접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안전과 환경 들 주민 불편사항을 해결할 방안을 찾고자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지동 현장시장실 이후로도 시는 시민이 행복한 수원이야기에서 수집한 건의 내용을 해결하려고 계속 현장방문을 이어갈 계획이다.

 각종 현안사업과 민원현장, 지역 이슈가 있는 곳, 시민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직접 찾아가 시민과 행정이 가까워지는 기회를 마련하고 듣고 해결하는 행정을 편다.

 

지난 10월 5일 비전선포식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비전선포식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 혁신행정이 시민 행복 열쇠다

 앞으로 수원시와 시민의 소통은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한다.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라는 비전과 3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필요한 행정 혁신 방안을 ‘민선8기 수원시정 4개년 계획’에 포함해 소통행정 의지를 입증했다.

 ‘찾아가는 현장시장실’처럼 시민과 소통하는 창구를 다양하게 하고 직접민주주의 바탕을 조성하는 일이 첫 번째다.

 시는 10월 말 조직 개편에서 시민협력국을 신설해 핵심 정책을 추진할 때 시민 체감도를 높이도록 기능을 부여했다. 시민 참여와 소통을 고민하고 확대하는 국 단위 조직으로 협치와 주민자치, 민원 따위 업무를 담당한다.

 게다가 시민과 대화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던 시민개방형 민원실 계획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시민의 복잡한 민원을 해결하려고 베테랑 공무원을 전담 배치해 사업부서와 문제 해결에 나서는 종합민원행정을 펼쳐 시민 중심 행정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더 좋은 민주주의’를 표방한 이재준 시장이 역점으로 계획한 직접민주주의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정책 참여 플랫폼, 가칭 ‘누구나 시장’이 시민들의 손 안에서 시정 참여 기회를 제공해 시민 맞춤형 정책 시대를 열 계획이다.

 혁신행정 두 번째 방안은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자치 실현이다. 마을 문제 발굴부터 해결까지 모든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마을리빙랩’을 운영하고, ‘마을지원관’을 채용해 마을 자치계획 수립과 실행 같은 업무가 더 효과 있게 추진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수원형 마을공동체 활성 사업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자치를 확대한다. 시민 편의를 높이는 적극행정을 확대해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혁신행정 구상에 포함한다. 공공체육시설의 효율을 높이고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는 구와 동으로 권한을 위임해 행정구 혁신도 이룬다. 

 이와 함께 마을변호사를 확대하고 공공기관을 혁신해 시민 편의를 높인다.

 이재준 시장은 "앞으로도 시정의 해답은 오로지 시민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시민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돼 많이 찾아가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귀에 담아 시정을 펴는 기준으로 삼겠다"며 "시민 참여와 협치를 바탕으로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원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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