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여성안심귀갓길(의정부시 평화로483번길)에 설치된 비상벨이 고장난 채 방치됐다.
17일 여성안심귀갓길(의정부시 평화로483번길)에 설치된 비상벨이 고장난 채 방치됐다.

의정부시가 여성들을 강력범죄에서 안전하게 지키겠다며 만든 ‘여성안심귀갓길’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기호일보 기자는 지난 17일 오전 11시께 회룡역 1번출구에서 호원2동(의정부시 신흥로106번길)으로 이어지는 약 200m 거리에 조성한 여성안심귀갓길을 직접현장을 살폈다.

도로는 분홍색 페인트로 칠했고, 흰색 글씨로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쓰여졌다. 시는 해당 구간에서 자동차나 자전거 통행을 제한했고, 안심귀갓길 시작과 끝에는 폐쇄회로(CC)TV를 운영 중이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누르는 비상벨도 눈에 띈다. 회룡역 반대 방향에 설치한 비상벨을 누르자 "경찰관을 호출 중입니다"라는 음성안내가 나왔고, 이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회룡역 1번출구 쪽에 설치한 비상벨은 은박 테이프가 부착된 상태로 잘 눌러지지 않았고, 눌러 봤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더욱이 비상벨을 설치한 전봇대 앞은 무질서하게 세운 공유 전기자전거와 킥보드로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오피스텔, 카페, 병원과 같은 건물이 밀집해 차량 통행이 가능한 평화로483번길 여성안심귀갓길 300m 구간을 찾았다. 이곳은 차량 통행이 가능해서인지 여성안심귀갓길을 알리는 분홍색 바닥 페인트가 군데군데 지워졌다. 게다가 설치한 비상벨 3개 중 1개는 아무리 눌러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로 끝에 붉은빛을 내는 비상벨을 누르자 음성 안내에 이어 경찰에게 연결되기에 비상벨 보수가 필요하다고 알렸다.

현재 지역에 설치·운영 중인 여성안심귀갓길은 모두 10곳으로, 이곳에는 CCTV 23개와 비상벨 17개가 있다.

여성안심귀갓길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진행하는 사업으로, 일부 구간에 CCTV나 비상벨과 같은 방범시설을 설치해 우범지역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집중순찰구역으로 지정해 설치 이전보다 범죄 발생 우려가 줄었다는 시민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사업 취지대로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사업주체는 물론 모든 시민들이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성안심귀갓길 인근에 사는 김모(24·여)씨는 "이곳에 이사 올 때 부동산 관계자가 여성안심귀갓길 근처라고 강조하면서 자랑한 기억이 난다"며 "밤늦게 퇴근해도 다른 곳에 살 때보다는 안심이 되는 편이지만 잘 운영하면 좋겠다"고 했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여성안심귀갓길을 지정한 뒤 해당 구역에서 범죄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지난주 의정부시 관계 부서와 현장을 돌며 작동하지 않는 비상벨을 확인했고, 빠른 시간 안에 보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의정부=이은채 인턴기자 cha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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