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연구팀이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분석해 충수염을 자동 진단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급성충수염은 임상 양상이 다양하고, CT 검사로 정상이 아닌 충수가 발견되지 않아 다른 소화기 질환으로 오진하는 때도 있다. AI 모델을 실제 사용한다면 충수염 오진을 줄이고 더욱 빠르게 환자 진료가 가능해진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외과 연구팀과 한림대학교의료원 의료인공지능센터는 최근 CT 영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충수염을 자동판독해주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흔히 맹장염으로 아는 충수염은 맹장 끝 부위인 충수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 증상으로는 구역질, 구토, 메슥거림 따위 증상이 나타나다가 명치 부위와 상복부에 차음 통증 강도가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상복부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 배꼽 주위를 거쳐 충수가 있는 우하복부 통증으로 바뀌는데, 서서히 미열이 나타나고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급성충수염은 수술 통계 5위를 차지하는 다빈도 질환인 동시에 오진 발생이 가능한 질환이다. 질환 특성상 급성충수염 의심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야간이나 주말 응급실을 거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복부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판독이 제한될지 모른다. 게다가 급성충수염은 임상 양상이 다양하고, CT 영상으로도 정상이 아닌 충수가 발견되지 않아 다른 소화기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충수염 진단이 늦어지면 천공이 발생할지 모르고, 충수염의 우측 하복부 염증이 복막염이나 골반내농양으로 발전되면 충수절제술 이상의 외과 처치로 커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수술한 뒤 합병증도 높아진다.

한림대성심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이 AI모델은 CT 영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대장염, 말단회장염, 상행결장게실염 같은 충수염과 임상으로 유사한 질환을 걸러내고 충수염만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한림대학교의료원에서 충수염 진료를 위해 CT 촬영한 환자 4천701명의 데이터와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응급실을 내원해 복부 통증으로 CT 촬영한 환자 4천45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후 충수염 환자 1천839명, 충수염이 아니라고 진단받은 1천782명의 데이터를 걸러내고 ‘3D 컨볼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을 활용한 모델에 학습시켰다.

학습을 마친 AI모델의 충수염 진단 정확도는 89.4%로 나타났다. AI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곡선하면적(Area Under the Curve, AUC)’ 점수는 0.890으로 나타나 실제 임상에 적용할 만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조범주 의료인공지능센터장은 "이번 AI는 원래 있던 모델들과 달리 3차원 CT영상을 입체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뜻이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AI 모델은 최근 열린 국제 대한외과학회와 대한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돼 ‘최우수 연구자상(Best Principle Investigator)’을 수상했다. 

백창현 기자 bc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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