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인생 최고의 ‘국뽕’ 시절은 언제였을까.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주저 없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꼽을 테다.

사람으로 가득 찬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옆자리의 누군가와 얼싸안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 시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열광했던 그 순간. 뭣 모르던 청소년 시절이었으나 붉은 티셔츠와 붉은 머리끈을 이마에 두르고 이탈리아와 16강전 거리 응원에 나섰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차는 연신 경적을 울렸고, 인파 속에서 길을 걷다 모르는 이와도 기분 좋게 손뼉을 마주쳤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그때만큼 강력하게 믿었던 때가 또 있었을까.

그때 그 시절 우리를 벅차게 만든 요소는 단순히 4강까지 진출한 데 따른 승리의 기쁨만은 아니었다. ‘너’와 ‘나’를 묶어 준 공동체의 환희였다.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다. 기자가 다시 느끼고 싶은 점은, ‘우리’가 다시 체감하고 싶은 점은 단순히 좋은 성적보다 모든 국민이 하나됐던 단단함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조각조각 흩어진 모래알 현상이 더욱 속도를 냈고, 양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환경은 대립과 갈등만이 가득하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엎친 데 덮친 경제위기까지 몰려와 삶 곳곳이 팍팍함으로 넘쳐난다. 침체한 마음을 다독일 만한 힘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지난 21일 문을 열고 29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기적’이라고 말했던 ‘4강 신화’를 다시 바라지 않는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대표팀 모든 선수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리라는 사실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그들을 응원하는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하나되는 벅차오름을 느껴 보고 싶다. 쪼개진 마음을 한데 엮어 줄 스포츠의 힘을 기대하며 축구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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