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용 인천지방법무사회 정보화위원장
이기용 인천지방법무사회 정보화위원장

"제가 죽으면 이게 소용없다고요?" 임의후견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 종료된다는 필자의 설명에 B는 후견계약서를 가리키며 황당해했다.

S법무법인에서 임의후견계약서를 작성한 후 필자를 찾아온 A와 B형제는 50대 초·중반의 나이였다. 서로 매우 신뢰한다는 사실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형제는 함께 사업을 해서 많은 재산을 모았고, 특수목적법인 투자로부터 예상되는 배당수익도 상당했다.

그런데 최근 B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B는 이혼 후 자신이 단독으로 양육하는 12세 외동딸 C에 대한 보살핌을 걱정하게 됐다.

B는 S법무법인에 이 고민을 상담했고, S법무법인은 임의후견제도가 이에 맞는 해결책이라고 판단해 A를 B의 임의후견인으로 하는 내용의 후견계약서를 작성했고, 후견등기를 위해 A와 B에게 필자를 소개했던 것이다.

임의후견계약도 위임의 일종이기 때문에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면 종료됨에도 불구하고, S법무법인이 작성한 후견계약서에는 B가 사망한 이후에도 C가 성년이 될 때까지 A가 B의 임의후견인으로서 C를 보살피도록 돼 있었다.

B는 필자에게 자신의 사후에 C의 생모가 ‘C에 대한 법정대리권을 행사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이 C에게 남긴 유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것에 대해 가장 걱정했고, 애초 S법무법인에 의뢰한 일도 이에 대한 해결책이었다고 했다.

1. 임의후견제도

임의후견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가 올 경우를 대비해 미리 후견인을 선정하고 후견인에게 맡길 업무를 정해서 후견계약을 해 두는 것이다. 평소 본인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재산관리, 신상보호 등의 업무를 정해 둘 수 있으므로 법정후견제도보다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방법이다. 

후견계약서는 공정증서로 작성해야 하고, 가정법원에 후견등기를 해야 한다. 계약 체결 후 치매 등으로 후견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가정법원에 후견감독인 선임을 신청, 가정법원이 후견감독인을 선임하면 비로소 후견계약의 효력이 발생하고 후견업무가 정식 시작된다.

2. 유언대용신탁(상속신탁)

필자는 B에게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시켜 보관·관리·운용하면서 생전에는 B가 수익자가 되고, B가 사망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사후수익자 C에게 귀속시키는 방식’을 제안했다. B는 개인별 맞춤형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점에는 매우 만족했으나, 부동산을 A명의로 하는 것은 괜찮지만 주식(B재산의 대부분임)을 A명의로 하면 동업자들이 곧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게 될 것 같아 그 점이 싫다고 했다.

3. 유언에 의한 미성년후견인 지정

애초 B가 가지고 온 자료가 별로 없었기에 필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B에게 하나씩 질문을 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나갔다. 

그러던 중 B는 이혼하며 C의 단독친권자가 됐고, 따라서 B의 사후 남용이 걱정됐던 C생모의 법정대리권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필자는 단독친권자인 B가 유언으로 A를 C의 미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하는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고 B가 사망한 후 A가 구청에 유언증서를 가지고 가서 C에 대한 미성년후견개시신고를 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에 A와 B형제는 자신들이 원하던 해결책을 찾았다고 만족해하며, 필자에게 후견등기를 잘 부탁한다고 인사한 후 사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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