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선생님으로 정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행복이다. 교육자 스승은 사라지고 교사만 있는 세상, 극한 직업, 삶의 체험 현장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학교 선생님을 표현한다.

NPO 단체의 총괄책임자로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경제교육과 세계문화에 대해 수업할 기회로 초등학교 현장을 제대로 경험했다. 우리 단체 활동가들과 초등학교에서 세계 어린이들과 우리는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어려움을 해결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체험(?) 시간이었다.

내가 경험한 초등학교 교육 현장은 전쟁터였으며, 그 전쟁터를 지키는 사람은 선생님이었다. 24명 정도의 인원을 온몸으로 지키고, 달래고, 어르고, 칭찬하고, 웃으면서 수업 시간이 마치기를(전쟁이 끝나기를) 미소를 지으며 막아내고 있는 초등학교 교육 현장. 교육의 책임부서도, 행정부서도 1일 체험교사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순환근무를 명(命)하고 싶다. 학부모도 예외 없이 무조건 체험교사를 명하고 싶다.

선생님은 존경받아야 한다. 존경받는 선생님이 됐을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게 된다. 직업이기 전에 인재를 키우는 최전선의 전사로 대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잔무(殘務)와 아이들의 깜찍을 넘어 끔찍한 행동으로 선생님의 가슴은 멍들고 교사에 대한 후회를 남긴다. 하나하나 모두에게 골고루 신경 쓰라고 교육부와 행정부서는 엄청난 공문과 지침을 날리면 그만이다. 현장은 하나하나 개성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인성이 제각각인데도 현장을 모르는 공문과 지침으로 일관한다. 

학교에서 담임 기피 현상은 오래됐고, 선생님을 촌지나 밝히는 속물로 취급했고, 선생님은 하나님을 닮은 천사이기를 강조만 했다. 교사는 학생들의 나이 많은 친구쯤으로 전락하는 현장을 지침과 공문으로 대신하고 있다. 부모한테 전달하는 과정이 왜곡되고 검증되지 않는 오보가 교육청과 교육부로, 그것이 현장 교사에게 스트레스로 돌아오니 열정은 감추고 그냥 지식전달자로 변하는 것이 교육 현장이다.

대한민국의 압축성장을 교육과 집중적 인재 양성이라 말하고 있다. ‘난 사람’보다는 ‘된 사람’을 강조하지만 학교와 부모는 무조건 난 사람을 원하는 이중적 모순을 감추고 있다. 공교육은 사교육에 책임을 미루고, 교육 성과보다는 인성이 사라진 AI로봇 같은 학생만 키우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초등학교 입구에서부터 보안관의 검문검색과 인적사항, 무슨 일로 오셨는지 등등을 기록하고서야 학교에 출입할 수 있다. 할아버지가 손주를 보고 싶어 학교에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범죄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인간미는 사라지고 학교는 이웃과 멀어진다. 동호회 조기축구를 학교 운동장에서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하고,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방과 후 학교 운동장을 공유하자는 의견도 학교 범죄가 늘어나면서 학교는 동네 주민 산책도, 운동하기도 어려운 불 꺼진 공간이 된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학교 범죄를 줄이기 위한 수단일지는 몰라도 좁은 땅에서 공유는 없고 자신만 배부르면 된다는 못된 자본주의만 늘어 가고 있다. 

좋은 뜻에서 만들었던 엄마·아빠의 카페(소식 공유)가 정치권의 표밭으로 전락하거나, 깐깐한 교사를 길들이는 선봉이 되는 식의 변질도 경험한다. "선생님, 우리 애한테는 왜 웃지를 않느냐? 우리 애한테는 남들처럼 안 해 주느냐?"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선생님의 휴대전화는 개인정보나 사생활과는 무관했으며, 학생·부모의 푸념을 다 받아줘야 하는 극한 직업이 된 지도 오래다. 그래도 선생님은 참아야 한다고 교육부는 지침과 공문을 날린다.

선생님은 교육 현장에서 당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사회는, 동네는, 우리는 협조해야 하고 선생님을 응원해야 한다. 학교에서 당당한 교사를 보면서 당당하게 따라 하는 학생이 되고 싶은 교육이 돼야 비로소 공교육은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을 응원하자. 선생님이 신나게 하자, 선생님이 사회와 동네와 우리에게 손을 내밀 때 힘 있게 잡아 주자. 초등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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