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을 지나 21세기로 접어들었던 시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터넷 보급과 공론의 장 형성은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굳게 믿는다.

논객이라는 직업 미상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사상과 사회, 정치 분야에서 저마다 생각을 이야기했다. 대부분 추상성 짙은 담론이었지만 스타가 탄생했고, 그들은 나름대로 훌륭한 문장을 토해냈다.

토론문화가 형성됐다. 당시 대통령은 토론을 거부하지 않았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피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써 내려갔다.

수준 낮은 수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방 주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발전에 대한 고민이 교환된 사실은 토론의 목표이자 성과였다. 

유명 아이돌 그룹도 ‘정·반·합’을 노래할 정도로 낭만이 있었던 시절임이 분명하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방송인이 토론문화를 다시 만들고자 했지만 세상은 너무 변했다. 공론의 장이 사라졌다. 

토론을 피하지 않던 대통령이 퇴임한 뒤 어떤 이는 라디오를 이용했다. 

또 다른 분은 ‘친’을 갖다 붙인 정치꾼을 활용해 일방통행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간이 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했지만, 원초적 본능으로 탄생한 ‘친’이라는 단어는 자리를 굳게 지킨다.

토론이 떠난 빈자리는 자기 주장만 남았다. 부끄러운 비아냥과 문장들만 배설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집단을 비난한다. 수준이 떨어질수록 자기 진영에서 반응이 좋다. 목표는 공동체에서 돈으로 변했다. 분노와 증오를 활용한 사기꾼들이 논객을 자처한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무조건 "네가 틀린 거야"를 반복하는 ‘나르시스트’만 설친다. 이들은 깊이 없는 지식으로 자신만 옳다는 수상한 신념을 갖는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숨는다. 밖에 나오면 자신들과 같은 비열한 종자들에게 고자질한다.

자존감은 낮은 주제에 말은 많다. 좋은 사람들을 떠나게 만드는 재능을 가진 폐기물이다. 재활용도 안 된다. 다양한 갈등이 발생한다. 

반면 생각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자리는 없다. 가끔 마련하는 토론 자리에서는 수준 이하 스피커들이 날뛴다. ‘정·반·합’을 노래하는 아이돌 그룹도 이제는 없다.

"아~ 옛날이여"를 이야기하면 ‘꼰대’라 지적 당할지 모르겠다. 날씨가 춥다. 호빵보다 합의점 도출을 향해 치열하게 싸우던 시절이 몹시 생각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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