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교수
백승국 인하대 교수

「감시와 처벌」, 「광기의 역사」, 「지식의 고고학」의 저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평생 지식과 권력구조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그는 중세시대 권력자들이 흑사병과 연관된 의학 정보를 독점하고 민중을 통제하던 바이오 권력의 생성 과정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분석했다. 바이오 권력이란 의학적 지식을 독점한 지배 계층이 민중을 통제하던 혹세무민의 억압적인 권력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제안한 바이오 권력의 통제 장치는 코로나 시대에도 유사하게 작동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면서 백신과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고, 도시를 봉쇄하며 대중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바이오 권력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그는 1970~80년대 사회주의 이념과 후기 마르크스 신화를 구축하던 프랑스 정치인들의 정치적 담론을 분석하고 해체하는 논쟁을 주도했다. 민중을 설득하고 공감을 유도했던 소크라테스의 수사학적 담론은 사라지고, 좌와 우로 갈라선 사상과 이데올로기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말을 건네는 소통행위는 단순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유도하는 설득의 미학적 활동이다. 그런데 사상적 이념에 중독됐거나 과몰입하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담론이 대중을 조종하고 선동하는 전략적 언변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미셀 푸코의 관점과 비판은 한국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비판의 목소리다. 어느덧 중도는 사라지고 좌우로 갈라선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국민의 공감을 유도하고 설득하는 수사학적 담론이 아니라, 이념적 행동을 선동하는 정치적 담론으로 가득 차 있다. 사건과 현상을 정치적 담론으로 이슈화해 추종 세력들을 극단적 행동으로 유도하는 좌우 갈라치기의 선동적 언변만을 구사하고 있다. 그들의 정치적 담론에는 소통과 설득보다는 대중의 마음을 조종하고 선동하는 언어가 작동하고 있다. 자신을 추종하는 정치적 팬덤의 호응과 환호를 등에 업고 선동의 정치적 담론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적 담론은 진실과 거짓의 사실을 검증하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언론과 대중의 폭발적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이슈화가 가능한 자극적 아이템이면 가능하다. 또한 자신을 추종하는 팬덤의 정치적 취향과 선호도에 부합하는 소재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24시간 언론과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사건의 진실과 장면을 연상시킬 수 있는 감각적 아이템을 탐색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국가 비전의 정책을 수립하는 일은 그리 중요치 않다.

한 달 전 제기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도 조종과 선동이 작동하는 정치적 담론이다. 한 달 동안 우리는 진짜와 가짜를 식별할 수 없는 진실의 의미가 텅 빈 무감각의 정치적 담론에 과몰입했다. 자극적이고 환상적인 제목인 청담동 술자리에 조종당한 허망한 느낌이다. 한국인의 술 문화가 건전하지 않고 음주 가무를 동반하는 독특한 문화임을 전 세계에 홍보했다는 씁쓸한 감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안타까운 사실은 청담동 술자리가 조작된 허구라는 진실을 녹취 음성 당사자가 실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팬덤에 중독된 사람들은 진실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좌우 이데올로기로 갈라선 진영의 논리에는 참과 진실의 자리는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좌우로 동요하는 시계추와 같다고 비유했다. 좌는 결핍을 채우는 고통의 시간이고, 우는 지루함을 느끼는 권태의 시간이다. 삶의 결핍을 채움과 동시에 지루함에 빠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좌우의 정치적 담론으로 갈라선 우리의 모습이 어쩌면 시계추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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