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다. 반도체 수출(-29.8%), 특히 메모리 반도체(-49.7%) 급감 여파가 컸다. 석유화학(-26%), 디스플레이(-15%) 등 전통적인 주력 품목도 대부분 감소했다. 이들 품목은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중간재들이다. 중간재 최대 시장은 중국인데, 최근의 자립화 수준과 경기 둔화를 고려할 때 예견된 일이다. 반면 지난달 수입은 주요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27.1%)이 증가세를 견인하며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이로써 무역적자는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우리나라처럼 내수가 협소한 소규모 개방형 국가에선 수출이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을 견인하는 절대적 요소다. 속된 말로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어와야 임금이 오르고, 투자와 일자리도 늘어난다. 한마디로 수출기업이 돈을 버는 것이 경제 선순환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기가 막히게도 이를 거꾸로 뒤집어 국가 정책이라고 밀어부친 게 지난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이다. 소위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최저임금을 2년 만에 29.1%나 올리고, 여기에 주휴수당 20%를 추가하는 선심까지 썼다.

소주성 논거는 ‘장기적으로(2000~2017년) 기업소득 비중은 증가했는데 가계소득 비중은 감소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전체 가계소득 중 ‘임금근로자의 소득수준이 꾸준히 늘고,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진실’은 외면했다. 소주성 정책이 강행되자 자영업자만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익성이 훼손된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자 근로소득이 줄고, 이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도 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지난해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자영업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면서 분배지표는 다소 개선됐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이 1일 발표된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담겼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 말기인 지난해 상하위 계층간 소득격차는 오히려 그 이전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게 핵심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엉뚱한 사람들을 하위 계층으로 내몰아 현금을 퍼줄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출기업을 위해 무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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