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6일 오전 4시, 전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쳤다. 비록 월드컵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여야도 없고 남녀노소 구별도 없었다. 고용자와 노동자 간 경계도 없이 모두가 한목소리로 우리나라 대표팀을 응원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이다.

한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를 지켜보며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 화물연대는 집단 운송 거부를 언제까지 이어갈 요량인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카드를 꺼내며 강경하게 대응하자 화물연대도 ‘무기한 운송 거부’로 맞섰다. 강대강 대치 국면이다.

헌법 제33조 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적 대하듯 굴복시키려고만 하지 말고 그 권익을 보호하면서 경제 피해와 파장을 최소로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만,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일부 화물연대 노동자의 도를 넘은 행동이다. 이들은 파업을 거부하는 화물차량을 향해 쇠구슬을 쏘거나 저주하는 내용의 펼침막을 게첩하는가 하면, 사회에서 용납하기 힘든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파업 참여가 노동자의 권리이듯 파업 불참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노동자의 권리라는 사실을 새기길 조언한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로 산업의 근간이라 할 만한 철강과 시멘트 같은 물류 마비가 심각하다. 철강과 시멘트 생산 차질은 건설, 자동차, 조선, 그밖에 다른 업종으로 피해를 키우며 산업계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지 모른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100곳)의 48%가 ‘투자계획 없음’(10%)이라거나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함’(38%)이라고 답했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속도가 붙으면서 기업의 투자가 국가 경제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에 국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는다. 장차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까 우려스럽다.

고물가, 글로벌 긴축, 계속되는 금리 상승, 과도한 민간 부채, 금융시장 부실 따위 수많은 투자 리스크를 안은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까지 겹쳐 내년도 경제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정부는 각종 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 정책을 마련하고 노사갈등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또 기업은 노동자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노동자도 무조건 파업을 이어가기보다는 기업과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글로벌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퇴보하지 않고 나아갈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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