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우리나라 2022년 6월 합계출산율은 0.75명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아이의 수를 의미한다. 둘이 한 명의 아이도 갖지 못하는 사회가 현재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꼴찌 출산율을 자랑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초저출산율을 기록하다가 세계 꼴찌를 연이어 기록하고 있다.

아이를 낳으려면 결혼을 먼저 해야 하는데 점점 결혼은 안 하고 이혼은 늘어간다. 결혼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미혼 남녀 모두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나마도 결혼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은데 최근 초혼 연령이 남성은 33.4세, 여성은 31.1세로 아이를 낳기에는 이미 적령기를 훌쩍 넘긴 채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요소가 꼽힌다. 남성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집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 내서라고 한다. 나름 정부나 시에서는 청년주택 등 정책으로 신혼부부가 집을 저렴하게 마련하게 지원하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으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물론 결혼이 가정을 책임지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된 남녀가 혼인을 해야 결혼생활이 순탄하다. 이것은 나이 든 사람들의 경험으로 나온 공식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살다 보면 준비가 돼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어도 파탄이 나는 가정도 많다.

유럽은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처럼 인구 감소가 급격하지 않다. 출산율이 높은 프랑스나 영국은 미혼모 출산이 높은 나라다.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미혼모 출산이 적고 합계출산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누구에게서 아이가 출생하든지간에 축복하고 주변 많은 사람들의 지원을 받는 사회다. 결혼이라는 사건에 대한 부담을 우리나라만큼 크게 갖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혼모 출산이나 혼외 출산이 높은 나라가 합계출산율이 높은 나라라는 사실은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인 듯싶다.

미혼모 출산이나 혼외출산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출산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미혼모 출산이 높은 나라는 남녀가 교제하는 데 허용적이고 자유로운 듯하다.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는 1990년대 이미 전체 가족의 약 25%가 한부모가족이어서 미혼모·미혼부 같은 한부모가족이 가족 형태의 일종으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40%가 넘어간다고 집계되고 있다. 아무래도 한부모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건 쉽지 않다 보니 이들에게 생활 안정 및 자립 지원, 자녀 양육 지원, 청소년기 한부모 지원 등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양육을 도와주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양육의 부담감 감소도 현실적으로 중요하겠지만 출산을 위한 준비가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아도 키울 수 있고,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또한 아이 자체가 축복이라는 느낌을 서로에게 주고받는 넉넉한 사회가 되는 것, 언제든지 아이 양육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새해에는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는 데 부담이 덜한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혼인신고를 하든 안 하든 아이가 생기면 축복해 주는 넉넉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지 않아서 점점 나이 든 사람만 남는 나라가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리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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