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주필
원현린 주필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 것을 보니 또 한 해가 지나감을 실감한다. 교수들은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출전은 「논어(論語)」다. 공자(孔子)는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고 했다.

과이불개, 예견했던 대로 올해도 역시나 반갑지 않은 씁쓸한 문구다. 교수신문은 이밖에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욕개미창(欲蓋彌彰),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을 뜻하는 누란지위(累卵之危), ‘과오를 그럴 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뜻의 문과수비(文過遂非), ‘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하다’라는 뜻의 군맹무상(群盲撫象)도 함께 순위에 올렸다.

하나같이 건전한 사회로의 길로 나아가는 데 있어 사라져야 할 문구들이다. 이러한 성어들이 우리 사회 정치지도자들의 한 해 자화상(自畵像)이었다고 생각하니 나라의 앞날이 암울할 뿐이다. 

사람은 잘못을 할 수 있다. 잘못을 했으면 고치면 된다. 문제는 잘못한 행위임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데 있다. 자신의 일을 반성하며 깊이 살피는 자기 성찰(省察)이 없기 때문이다. 성찰하지 않기에 똑같은 과오를 재차 범하곤 한다. 도통 아무리 기다려 봐도 개과천선(改過遷善)했다는 정치사범(政治事犯)은 보이질 않는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행위를 끝없이 반성하라는 경세어(警世語)는 많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까지 역설, 인생을 살아가면서 성찰의 자세를 지닐 것을 가르쳤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도 잘못된 일이나 현상을 두고 "내 탓이오!"라고 하며 성찰했다. 

역대 성군(聖君)들도 나라에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기근에 처하게 되면 "과인의 덕(德)이 부족한 탓"이라며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기까지 했다. 

언제나 자신이 행한 행위에 대해, 혹 잘못된 점이 없었는지 매일 반성한 중국의 사상가 증자(曾子)는 "나는 매일 세 가지로 내 몸을 살핀다. 남을 위하여 일을 도모하는데 충실하지 않았는가, 벗과 함께 사귀는데 신의를 잃지 않았는가, 배운 것을 익히지 못하지는 않았는가(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라며 스스로를 점검했다.

은(殷)나라 탕왕(湯王)은 쟁반에 자신을 경계하는 문구를 새겨 두고 매일 성찰하곤 했다. 탕지반명(湯之盤銘)이라 칭해지는 그 문구는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고 날마다 새로워질 것이며 다시 또 새로워지도록 하라(苟日新 日日新 又日新)"가 그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날마다 자신을 새롭게 갈고 닦지 않으면 마음에 녹이 슨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냉철한 성찰 없이는 새로워질 수 없다. 하물며 국정을 담당하는 정치인에 있어서랴. 정(政)은 정야(正也)라 했다. 하지만 상당수 정치인들은 권력과 출세만을 쫓다가 눈이 멀어 정의의 가르침을 초개같이 버리곤 한다. 

권세만을 따르다가 공자의 문하(門下)에서 퇴출당한 제자 염구(염求)가 있었다. 노(魯)나라의 실세였던 계씨(季氏)가의 가신이다. 공자의 가르침보다는 계씨의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으로 공자가 반대하는 중과세 정책을 실행해 공자의 미움을 받았다. 염구는 계씨를 위해 세금을 거둬 부(富)를 더해 주곤 했다. 공자는 철저하게 권세가인 계씨(季氏) 편에 서서 행동하는 염구에 대해 "머리 숫자만 채우고 있는 신하(可謂具臣矣)"라고 일갈하고 파문했다.

한갓 자리만 채우고 있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오늘도 국록(國祿)을 축내가며 정쟁만을 일삼는 황충(蝗蟲)의 무리들이 정가(政街)에 차고 넘쳐난다. 한 해를 결산하는 연말이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자세가 요청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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