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100세 시대에 준비 없는 수명 연장은 노인 부양 문제라는 부메랑으로 우리 사회를 위협한다. 아무리 건강수명이 늘어나고 은퇴 시기가 늦춰지더라도 언젠가는 은퇴해서 부양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온다. 자식들의 힘만으로는 부모를 부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 과연 새로운 부양의 길이 있을까?

과거 부양은 효(孝)의 덕목 중 하나였다. 부모는 자연스럽게 성인이 된 자식이 노후를 부양해 줄 것을 기대한다. 우리의 부모도 그들의 부모를 그렇게 부양해 왔다. 일종의 대물림에 의한 의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불효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의 가정은 효도계약서를 쓴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 계약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부양을 보장받는 내용이다. 자식은 문안인사와 장례 등의 의무를 다하고 대신 부모의 재산을 증여받는 계약서를 공증까지 받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반면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이웃집 젊은 부부는 80 노부모가 당뇨합병증으로 건강이 악화돼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요양보호사가 하루 4시간씩 간병을 해 주고 있지만 추가로 드는 간병비는 자신들이 해결해야 한다며 병원비와 약값으로 한 달에 150만 원이 넘게 들어가고, 자식들의 교육비와 생활비까지 감당이 어려워 살기 힘들다며 울상이다.

평균수명이 70세에서 90세로 노인들의 부양기간도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평균수명이 70세이던 때는 별도의 노후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년이 늘어나면서 부모 부양에 대한 시각 또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 복지국가처럼 각종 연금이 풍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 예산으로 노인복지를 책임지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결국 자기 스스로 일해 돈을 벌지 못하는 시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복지 확충은 소득 수준이나 사회 변화에 비해 돈이 많고 적은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 행복을 위해서 복지제도가 필요하지만 복지만 늘린다면 국가재정이 거덜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빠르게 고령화돼 가는 사회. 이제 복지를 누릴 권리와 납세의무를 함께 생각하는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내 부모님이 평안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 내가 노후에도 이런 걱정 없이 남아있는 삶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 노년이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는 사회. 이것이야말로 100세 시대 두려움 없이 살아보고 싶은 모든 이들의 마음이다. 고령자가 부담스러운 짐이 아니라 미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답은 나올 것이다.

노인 문제뿐만 아니다. 젊은이들에게도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때다. 젊은 세대가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을 때까지 최소한의 물질적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그런 개념의 복지가 필요하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인구 변화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구조적 문제로 나타나는 젊은 세대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고령화사회의 취약계층으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사회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지난날에는 세대 갈등이라고 하면 주로 인식과 문화의 차이였지만, 고령화사회에서는 이 갈등이 경제적 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와 부양 의무, 복지 혜택에서 젊은 세대가 희생을 강요당하다 보니 세대 간 경제적 행복감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처한 이 거대한 문제는 국민의 대리인으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풀어야 한다. 국민에게 뿌리를 둬야 할 정치인들이 정쟁만 일삼고 국민들의 삶과 국민들의 어려운 문제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정치를 이념과 갈등,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지, 누구를 위해 국회의원이 존재하는지를 생각해 주기 바란다. 정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어떠한 좋은 정책도, 사회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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