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사학(史學)’, 즉 ‘역사학’은 역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그 중 ‘국사학’은 그 나라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흔히 고조선에서 현대까지 우리나라 역사를 ‘한국사’(약칭 ‘국사’)라 한다. 이 국사를 연구·강의·주장하는 관점이나 직역 혹은 단체에 따라 사학의 명칭이 달리 불린다. 강단사학 대 재야사학, 식민(사대)사학 대 민족사학, 정통사학 대 유사(사이비)사학 등이 그 사례다. 이 중 마지막 ‘정통사학 대 유사(사이비)사학’에서 뒤의 명칭은 악의적·은폐적 주장으로 보인다. 이른바 우리나라 주류 강단사학계에서 자신들 주장은 정통이고, 다른 이론은 사이비(유사)라는 것이다. 

 요즘은 범세계적 실시간 정보 소통 사회다. 확실한 고고학적 유물·유적이 발굴돼 공개되는 마당이다. 특히 한국 상고사 분야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그 강단사학의 어불성설은 자가당착적이라 하겠다. 고증사학을 주장하던 식민사학자들이 스스로 이를 부정하는 꼴이다. 현대 중국 땅 요서지역 ‘홍산문화’ 구역 등지에서 고조선의 대표적 유물인 비파형동검이나 다뉴세문경이 상당히 나왔다. 여기서 출토된 유물 ‘옥룡(玉龍)’을 얼마 전 치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가 아닌 ‘동아시아문화’ 영역으로 출제해 우리 것임을 떳떳이 나타내지 못했다. 장차 이 나라를 짊어질 2세들에게 있는 것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나 싶다.

 여기서 나는 한국 사학에 있어 ‘국민사학’이란 명칭 활용을 제안한다. 이 명칭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고민해 온 결과다. 물론 시민사학, 일반사학 같은 명칭도 생각해 봤다.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지만, 반백 년 이상 한국 상고사에 관한 주요 서적이나 저널리즘을 접해 왔다. 아울러 이를 서사시나 신문 칼럼 등으로 표현해 왔다. 그런 중 우리 사학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금 우리 국사학계는 인맥·학맥·생계 등에 목이 메었는지, 소속 직역과 다르거나 바른 양심의 소리를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역사는 그 민족의 혼백이다. 역사가 올바로 서야 민족혼이 정상으로 서리어 나라가 제 갈 길로 나아간다. 양심의 소리가 죽은 역사는 나라를 어지럽고 위태롭게 한다. 보통 우리는 반만 년 역사의 나라라고 들어왔다. 그 5천 년 역사를 한국의 주류 사학계는 스스로 부정하거나 무시하고 있다. 일제 식민사학이 아직도 징그럽게 살아서 중화 사대사관으로 이어져 기능한다. 해방 후 한 세기가 가까워지건만 사학은 자학적 열등 속에 빠져 있다. 오도된 역사는 독선적 이념보다 폐해가 크다. 

 나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은 우리 역사는 기원전 108년 대동강 유역 한(漢) 4군의 지배로부터 비롯됐다고 배운 거였다. 지금도 주조는 그대로 가르치고, 외국어로 번역까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타국 지배로부터 시작된 역사라는 것도 비열하기 짝이 없지만, 평소 들어온 5천 년 역사 중 3천 년은 다 어디로 갔는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어찌 보면 역사라는 것은 수십억 년 지구별 연륜에서 현생인류 출현 후 기껏해야 길게 1만 년에서 짧게 수천 년까지의 기록이다. 그것도 오늘날 남아 있는 각국 역사는 강자 편향의 오도된 기록일 수 있다. 요즈음 중국이 우리 고조선을 그들의 변방 역사로 편입하는 동북공정이나 일본이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교과서에 넣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나는 앞에서 말한 국민사학을 실행할 범국민기구 설립을 제안한다. ‘아닌 것을 맞다’라 하고,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게 아니다. 한국 상고사에 ‘있는 것을 있다’고 하자는 것이다. 이에 찬동하는 비주류 강단사학 및 각 분야 상고사 연구 관련 단체나 개인, 나아가 일반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때 한국 BTS 멤버 ‘정국’의 노래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온 누리로 비상하는 문화한류 속에 유독 우리 사학만이 소아병적 반도사관에 젖어 있는 듯하다. 인터넷 해인시대는 역사도 사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강호제현의 ‘국민사학’ 제창으로 우리 상고사를 찾아 바로 세워야 한다. 시조 올린다.

- 한국사 바루기 - 

 비양심의 사학만한
 매국노가 따로 없다
 
 참 역사의 심판 아래
 겨레 혼이 일어나서
 
 온 천하
 국민사학으로
 상고사를 바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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