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강화군은 고려시대 임시 왕도였고, 조선시대에는 외세에 대항한 호국의 성지로 근대 개항 100년의 피와 눈물의 역사가 생생하게 담겼다.

여기에 강화읍 원도심에 자리잡은 소창체험관과 성공회 강화성당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도보 체험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강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함께 강화도 곳곳에 숨겨진 매력이 넘치는 관광지를 둘러보며 답답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올 겨울 자연과 역사, 문화가 어우러지는 강화도를 즐겨 봄이 어떤가.

고려궁지 설경.
고려궁지 설경.

# 고려도성 여행

강화 원도심은 고려 고종이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축조한 강화산성과 고려궁지를 중심으로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조양방직, 실감형 미래체험관, 소창체험관 들이 골목길로 이어졌다.

여행객들은 골목 사이사이를 걸으며 고려시대부터 1960~70년대 산업화까지 1천 년에 이르는 강화의 숨겨진 이야기를 즐길 만하다.

고려궁지는 여타 궁궐과 달리 경사가 있어 관람에 한계가 있다. 이에 군은 무장애 경사로를 설치하는 도보여행 환경 개선에 나서 이달 안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접근성이 향상된 고려궁지의 외규장각에서는 원도심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게 된다.

최근 사진 촬영 명당으로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강화읍 원도심의 떠오르는 관광명소 ‘소창체험관’이다. 소창체험관은 전통 다도 체험과 소창손수건 스탬프 체험을 하면서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추억을 남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여기에 겨울방학을 활용해 자녀와 함께 꼭 들러 봐야 할 곳이 바로 ‘실감형 미래체험관’이다. 강화도의 역사·문화와 관광자원을 VR 기기를 활용해 다양한 증강현실을 체험하는 장소다. 강화를 배경으로 XR레이싱을 즐기고 대장간 체험, 팔만대장경 제작, 전통 활쏘기 같은 체험과 VR 익스트림 플라이트, 패러글라이딩, 롤러코스터 VR를 가상 공간에서 한껏 즐기게 된다.

현존하는 최고 사찰 전등사.
현존하는 최고 사찰 전등사.

# 강화도 숲길

가족들과 가볍게 트레킹을 즐기고 싶다면 광성보와 마니산 치유의 숲’을 찾아 보자. 

광성보는 1871년 신미양요 격전지로, 어재연 장군이 선봉장이 돼 광성보에 수자기를 높게 걸고 350여 명의 조선군이 미군에 대항해 결사 항전했던 곳이다. 광성보에서 용두돈대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과 산책로를 걸으며 호국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마니산 치유의 숲은 ‘소나무 피톤치드 길’을 중심으로 바닷바람을 느끼며 가볍게 트레킹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또 마니산에 얽힌 단군 이야기를 즐기도록 치유의 숲 중간 중간에는 참성단 조형물, 천부인 광장, 단군 놀이터를 조성했다.

한겨레 얼 체험관에서는 단군신화의 의미와 홍익인간의 정신을 이어온 역사를 배우게 된다.

내친 김에 등산로를 따라 918개 돌계단을 올라가면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참성단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게 된다.

석모도 수목원은 고산습지원, 고사리원 같은 테마식물원과 생태체험관을 비롯한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아름다운 숲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3개 산책로가 있다. 아름다운 숲에서 자연과 함께 교감하고 지친 마음의 건강을 돌보기에 알맞은 장소다.

소창체험관.
소창체험관.

# 대룡시장·화개정원

교동도는 북녘 땅과 거리가 2.6㎞에 불과한 접경지역으로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에서 피란 온 실향민들이 모여 살던 터전이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 왕래가 없어 ‘시간이 멈춘 섬’이라고 불렀다.

교동 대룡시장은 실향민들이 고향에 있는 시장을 그대로 본떠서 만든 골목시장으로, 1970년대 풍경과 함께 교동 대표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지난 11월 임시 개원한 화개정원은 교동도 화개산에 5색 테마 화개정원, 스카이워크형 전망대와 전망대에 쉽게 오르도록 설치한 모노레일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췄다.

더구나 스카이워크형의 화개산 전망대는 저어새의 긴 부리와 눈을 본떠 만들었고, 전망대에서는 한강하구와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풍경과 북녘 땅에 흐르는 예성강을 따라 펼쳐진 연백평야를 한눈에 담는다.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정원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2㎞를 궤도 열차로 편하게 화개산 정상에 오르게 되는데, 화개산 전망대는 올해 완공할 예정으로 관람이 제한될지 모른다.

미네랄 온천수로 인기 있는 석모도 온천.
미네랄 온천수로 인기 있는 석모도 온천.

# 석모도 미네랄 온천과 보문사

겨울이면 생각나는 최고의 관광지는 바로 온천이다. 석모도 미네랄 온천은 460m 화강암에서 용출하는 51℃의 고온에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함유된 미네랄 온천수로 겨울에 더욱 인기를 끈다.

온천을 마쳤다면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 더욱 유명한 보문사에 들러 보자. 보문사는 선덕여왕 4년(635) 회정대사가 세운 사찰로, 어부가 바닷가에서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그물로 낚아 올려 절의 우측 석굴에 봉인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또 낙가산 중턱인 일명 눈썹바위 암벽에 조각한 높이 9.2m, 폭 3.3m의 마애석불좌상은 신자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앞에 내려다보이는 서해 풍광이 일품 중의 일품이다.

저어새 부리와 눈을 형상화한 스카이워크형 화개산 전망대
저어새 부리와 눈을 형상화한 스카이워크형 화개산 전망대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 전등사 

단군왕검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삼랑성에 자리잡은 전등사는 현존하는 최고(最古) 사찰로 381년(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건립했다. 보물 178호 대웅보전, 보물 제393호 범종, 조선왕실실록을 보관했던 정족산 사고가 있다.

1866년 병인양요 때는 승군 50명이 전투에 참가하기도 한 호국 불교의 사찰로, 당시 조선 수비대장이었던 양헌수 장군 승전비가 전등사 동문 입구에 있다.

추녀 밑에 앉은 나녀상 이야기로도 유명한 전등사 대웅전에는 보물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과 인천시 문화재인 대웅보전 신중도, 대웅보전 수미단 같은 다양한 문화재가 있어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용히 산사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다면 전등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길 권한다.

전등사를 둘러본 뒤에는 1906년 건립한 대한성공회 온수리 한옥 성당과 온수 전통오일장, 벽화 골목 같은 아기자기한 포토 스폿을 가볍게 거닐면서 둘러봐도 그만이다.

암벽에 조각한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암벽에 조각한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 지금은 강화도로 떠날 시간

올 겨울은 움츠러들지 말고 특별함이 있는 강화도로 떠나 보자. 넓은 들판과 서해바다가 가져다 준 건강한 먹을거리와 강화도의 아름다움은 지친 일상에 위로와 치유를 주고 가족·연인·친구와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을 추억으로 간직하게 하리라. 

강화=김혁호 기자 kimhho2@kihoilbo.co.kr

사진=<강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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