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꽤나 인기를 끈다. 최종 시청률이 비공중파 드라마 1위인 ‘부부의 세계’를 뛰어넘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솔솔 나온다. 17일 기준 2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알다시피 이 드라마는 재벌집 비서였던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재벌집 막내아들로 다시 태어난다는 심플한 과거 회귀물이다. 주인공은 미래 이야기를 다 알게 되는 ‘행운’을 얻고, 이와 더불어 재벌집 막내아들로 신분이 변경되는 ‘행운’도 동시에 갖게 됐다.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시원한 전개와 시청자들은 겪지 못할 재벌가의 집안 싸움을 이겨 나가는 주인공의 카타르시스다. 그러나 냉정하게 되짚어 보면 이 드라마의 각본가(혹은 원작자)는 정말 판타지스러운 행운이 아니라면 재벌이 되는 일은 어렵다는 벽을 기본으로 두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드라마의 안티테제(Antithese)라면 ‘이태원클라쓰’가 있다. 범죄자로서 술집을 시작해 이후에는 재벌급 식품회사를 무너뜨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마저도 이 ‘행운’은 정말 중요하게 다뤄진다. 교도소에서 만난 사람이 우연히 상당한 실력의 요리사였을 행운, 좋은 임대인을 만날 행운 등.

 혹자는 우리 삶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한다. 운이 삶의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는 자조 섞인 되새김이리라.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이 운칠기삼이 강해진다. 특히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운 나쁘게 가장 비싼 시기에 집을 샀던 사람, 운 나쁘게 상장폐지될 가상화폐를 산 사람. 그런데 반대로 집을 판 사람, 가상화폐를 판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일까?

 최근 1천 채의 빌라를 가진 빌라왕이 운 나쁘게도 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운 나쁘게도 이 빌라에 전세를 살던 사람들이 피해자가 됐다. 그 운 나쁨을 바로잡아 주는 건 바로 국가다. 재벌집의 초법적 행위를 막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검찰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는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범죄행위를 일삼는 식품회사의 장남을 교도소에 보낸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운 나쁘게도 빌라왕의 전세를 살던 사람들은? 국가의 도움으로 운 나쁨을 해소해 주는 게 그 임무라고 본다.  <백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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