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는 지난 10월 ‘국민을 행복하게, 말 산업을 든든하게’라는 경영 슬로건을 새롭게 내걸었다. 올해 2월 정기환 회장 취임 이후 경영위기를 타개하고 글로벌 톱5 말 산업 선도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며 국내 말 산업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뜻을 함축해서 담았다.

경영 슬로건에 담긴 의미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너졌던 국내 말 산업을 다시 세우고자 한국마사회는 지난 1년을 쉼 없이 달렸다. 국산마 경매 활성부터 승마대회 개최, 말 복지 개선, 그밖에 말 산업을 이루는 다양한 분야에서 또 한번의 혁신과 도약을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제1회 한국마사회 유소년 승마대회.
제1회 한국마사회 유소년 승마대회.

# 제3차 말 산업 육성 종합계획 수립

올해는 한국 경마 100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로, 한국 경마의 근간을 이루는 말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한 ‘제3차(2022~2026) 말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수립한 이번 계획에는 승마 산업 육성을 중점 목표로 두고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승마 산업을 새로운 여가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과제를 담았다.

▶즐기는 말 문화 확산 ▶말 산업 가치 창출 확대 ▶말 산업 사회공헌 강화라는 3대 전략을 뼈대로 9개 추진과제, 27개 세부과제를 수립했다.

한국마사회 역시 종합계획을 수립해 말 산업 육성 전담 기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올해는 승마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게끔 수요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어릴 때부터 승마를 쉽게 만나는 환경을 조성해 즐기는 말 문화가 확산될 만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공교육 분야에서 승마 활용도를 높이려고 학교체육 승마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20개 학교에서 9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승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원 연수도 병행한다.

일반 국민과 사회공익 직군을 대상으로 한 힐링승마와 장애인 재활승마 역시 순항 중이다. 여기에 덧붙여 전 국민 대상 승마 체험 수기 공모를 진행해 최근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처럼 승마에 대한 긍정의 경험을 알리고 홍보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코리아컵 시상식.
코리아컵 시상식.

# 즐기는 말 문화

올해는 사회 거리 두기로 열지 못했던 각종 승마대회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며 하나의 풍성한 축제로 채워진 해이기도 했다.

한국마사회는 연초 승마대회 활성 지원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와 승마 유관협회를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모두 34개 대회가 성공리에 열리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자체로 진행한 승마대회도 성공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7월 처음 연 유소년 승마대회는 어린 선수들이 승부를 겨루는 대회와 캠프 형식의 교육형 승마대회로 꾸며 승마 꿈나무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마당이 됐다.

9월에는 ‘제16회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 승마대회’가, 10월에는 ‘제50회 한국마사회장배 승마대회’가 열려 가을을 수놓았다.

#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생산자 농가 지원

코로나19발 경마 중단 여파는 경주마 생산부터 유통·육성까지 말 산업 생태계 전반을 흔들어 놓았다.

경주마 경매시장은 침체에 빠졌고 생산 농가들의 근심은 깊어만 갔다. 이에 한국마사회는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 농가 지원금을 확대 편성했다.

자체로 생산한 말을 경매 상장할 때 육성 조련 성과를 기반으로 지급하는 경매유통장려금(약 19억 원)의 지원 규모를 늘리고, 여기에 국산마의 경주 성적을 근거로 지급하는 생산장려금(약 33억 원)에 경매 유통 활성을 위한 경매 참여마 인센티브를 새로 만들었다.

이처럼 한국마사회에서 생산자 농가를 위해 지원한 장려금 규모만 약 53억 원 수준이며, 여기에 온라인 경매 같은 제도 개선을 위해 생산자협회와 협의도 지속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올해 경매 실적은 긍정할 만하다. 경마 정상화와 맞물려 국내 경매시장 역시 큰 폭으로 성장했다.

경매에 나온 926마리 중 448마리가 낙찰됐다. 거래된 총 금액은 약 178억 원에 이르고, 지난해 대비 낙찰률은 17.3%p 증가하는가 하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코리아컵 대회에 출전한 경주마와 기수.
코리아컵 대회에 출전한 경주마와 기수.

# 말 복지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도·프로그램

은퇴 이후의 마생(馬生)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말 복지 전반에 대한 진단도 계속했다.

한국마사회는 올해 경주 퇴역마로 출전 대상을 한정한 승마대회를 운영·지원하고, 퇴역할 때 마필 인수자 신고 항목을 늘린 인수실명제를 도입해 책임 있는 퇴역 절차와 간단 없는 이력 관리가 이뤄지도록 바탕을 마련했다.

또 경주마 재활 지원 제도를 도입해 부상을 입은 경주마의 수술·진단비 면제와 재활·휴양 위탁 관리비 들을 지원하며 퇴역 이후 경주 퇴역마 관리 프로그램까지 연결해 승용마로 활용하게끔 시스템을 도입했다.

나아가 한국마사회는 말 복지 전반에 대한 진단과 함께 중장기 전략과제를 세우고 체계 구축에 들어갔다.

국회와 농식품부 의견을 청취해 말 복지위원회를 개편하고, 말 산업 특구 지자체와 외부 기관으로 구성한 말 복지 정책협의회를 조직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도록 협의체를 마련했다.

기수 후보생, 대학기관, 민간 승마장 같은 말 관계자 대상 말 복지교육도 줄곧 진행해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선다.

# ‘케이닉스(K-Nicks)’ 기술

지난해 세계 경주마 랭킹 1위를 달성하며 국위 선양에 앞장섰던 한국마사회 소속 ‘닉스고(Knicks Go)’는 올해 주로를 떠나 미국 현지에서 씨수말(품종 개량이나 번식을 위해 기르는 종자가 좋은 수말)로 처음 등장했다.

북미 현지 기준 교배료 상위 3% 수준인 3만 달러(한화 약 4천만 원)의 교배료가 책정됐고, 현재 151마리 교배가 이뤄진 상태로 올해 교배로만 약 40억 원의 수익을 얻으리라 기대를 모은다.

한국마사회는 미국 현지에서 국내 생산 농가를 대상으로 ‘닉스고’ 무상 교배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유전자 분석 기술인 ‘케이닉스(K-Nicks)’ 활용해 현지 경매에서 구매 가능한 씨암말(씨를 받으려고 기르는 암말)들의 능력과 닉스고와 배합 점수를 농가에 무상 제공하고 경매 상장마에 대한 유전체 분석 정보 역시 전달했다.

교배 지원을 받은 씨암말과 자마는 이후 국내로 들어와 활동을 이어갈 예정으로, 내년부터는 한국에서 ‘닉스고’의 자마를 만나리라 예상된다.

유전자 분석기술의 우수성은 국내에서도 빛을 발한다. ‘미스터크로우’, ‘빅스’ 같은 케이닉스를 기반으로 도입한 씨수말을 활용해 올해 44마리에 대한 교배 지원이 이뤄졌고, 자마들의 입상 실적도 속속 나오는가 하면 국산마 개량 성과가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하다.

또 제2, 제3의 닉스고를 발굴하고자 검증 체계를 강화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도 힘쓴다.

한국경마 100년 기념식에 참석한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한국경마 100년 기념식에 참석한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

# 국산마 경쟁력 강화

"말 산업으로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여가 선용에 이바지한다."

한국마사회가 내건 비전처럼 올 한 해 말 산업은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넘어 국가와 국민에게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알린 한 해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나 동물 복지, 말 산업의 경제 가치 창출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마사회가 이끌어야 할 분야도 더욱 많아지리라 예상된다.

국민 공감대 형성과 사회공헌 측면에서의 노력을 바탕으로 말 산업을 선도하려고 달려나가는 한국마사회의 앞으로 100년이 더욱 기대된다. 

 과천=이창현 기자 kgprs@kihoilbo.co.kr

사진= <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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