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1980년 초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를 포함하면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원인은 전자제어 이상으로 판단된다. 미국에서는 민간 연구기관이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전자제어 이상, 알고리즘 이상임을 일부 밝혀 글로벌 이슈가 되기도 했다.

급발진 사고는 흔적이나 재연이 불가능한 만큼 운전자가 원인을 밝히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운전자가 모든 입증을 해야 이기는 구조다. 그렇기에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제작사나 판매사가 신경 쓰지 않아도 국내 관련법이 알아서 져 주는 법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미국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구조다. 우선 재판 과정에서 운전자 측이 요구하면 자동차 제작사는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음을 직접 밝혀야 한다. 미국의 경우 상당 사건이 보상을 받는다. 

이렇게 국내 자동차 소비자를 위한 구조는 매우 약한 상태다. 전체적인 문제는 제쳐 두고 우선 고민해야 할 사항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자신의 실수가 아님을 밝혀야 하는 만큼 증거가 가장 중요하다. 사고기록장치는 의미가 없기에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고 당시 발 사용 여부라 하겠다. 발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가 아니면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예전부터 자동차 급발진연구회를 이끌면서 결국 우리나라와 같이 소비자가 불리한 구조인 경우 직접 본인이 실수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방법은 발을 찍는 블랙박스라고 언급했다. 현재 국내 차량에 보급된 차량용 영상 블랙박스는 약 80% 수준으로 포화된 수준이지만 전후방 영상으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발생 시 입증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채널을 늘려 영상 블랙박스의 일부분은 발을 찍도록 한다면 가장 확실하게 증거로 사용하게 되리라 본다.

예전에는 기술적 부분도 한계가 있어서 발을 찍는 블랙박스 개발과 보급이 쉽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가능해졌다. 마침 최근 한 전문기업이 발 전용 블랙박스를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 장치는 기존 블랙박스를 교체하는 경우 발의 모습을 포함한 다채널 블랙박스도 있고, 별도로 기존 블랙박스에 추가로 저렴하게 장착해 발만 찍는 블랙박스도 있다. 교체의 경우는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발만 찍는 저가의 블랙박스를 구입해 추가하면 자동차 급발진을 포함한 각종 교통사고를 해결하는 단초가 되기에 매우 긍정적이다. 

이 전용 블랙박스는 사고 시간과 기록에 대한 확실한 영상이 저장되는 만큼 기존 블랙박스와 함께 사고 이후 확실한 증거 자료로 사용 가능하다. 특히 기존 블랙박스와 같이 위·변조가 불가능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서 이제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가 모든 것을 부담하고 책임지는 상황이 아닌, 입증하고 이길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발을 찍는 전용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리라 예상한다. 이제는 소비자와 운전자가 이길 수 있는 무기를 갖추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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