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 인천 부평구의회 행정복지위원장
김숙희 인천 부평구의회 행정복지위원장

# 첫 번째 눈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2019년 4월 15일 화창한 오후, 천년 유적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에 휩싸였다. 화재로 무너져 내리는 노트르담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 두 번째 눈물, 가난한 파리 시민들을 울린 마케팅용 기부 행렬

4월 17일, 화재가 이틀을 채 넘기지 않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복원을 위한 기부금 행렬이 앞을 다퉜고, 이어지는 기부 약속도 상상을 뛰어넘었다. 

가장 먼저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어링 그룹 회장이 1억 유로(1천284억 원)를 기부한다고 발표했고, 이어서 전 세계 명품의 상징 같은 존재인 베르나르 아르노 LVMH(루이뷔통, 모에, 헤네시)가 2억 유로(2천569억 원)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로레알그룹의 베탕쿠르 메이예도 2억 유로를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파리 시민들의 속내는 이랬다. 그동안 기부에 냉랭했던 대기업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같은 사회적 이목이 쏠린 이슈에 얼굴을 내민 것이 못마땅하다는 분위기였다. 순수한 기부보다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이 드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에서 기부액만큼 세금 감면을 약속하자 시민들의 눈초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가난한 파리 시민들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

# 세 번째 눈물, 부평역 광장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옆 노숙자

한 시간 정도 걸려 진행된 부평역 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은 해마다 치르는 행사이기도 했지만, 그날 따라 매우 추웠다. 그래도 부평구 주민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행사이니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하며 참석 후 자리를 빠져나오는데, 자전거 거치대 옆에 모로 누워 있는 노숙인 몇 명이 눈에 띄었다. "아니. 이 추운 날씨에…. 그럼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을 밝힌 것일까? 원래는 이 사람들에게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크리스마스 정신 아니었던가?" 춥기도 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다가가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서둘러 빠져나왔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속상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감춘 눈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 부평구에는 노숙인을 위한 자활쉼터가 없다

부평구에는 노숙인을 위한 자활쉼터가 없다. 다만, 인천시 전체로 볼 때 5곳이 있는데, 2곳은 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서구에 소재하고 사회복지법인 서천재단이 운영하는 은혜의집이 있다. 은혜의집은 정원 250명으로 응급잠자리를 제공한다. 계양구에는 ㈔인천내일을여는집이 운영하는 내일을여는집, 나머지 세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로 미추홀구 다사랑의집, 미추홀구 한무리 홀리라이프, 서구 광명의집이다. 전부 합하면 인천시는 총 442명을 정원으로 운영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총 46건의 노숙인 및 행려자 발생·조치가 있었다. 이 중 노숙인은 41건으로, 복지 상담 및 노숙인 시설 연계와 귀향여비를 지급해 가정 복귀 조치를 했다고 안다. 행려환자에 대한 조치는 5건으로, 이들에 대해서는 1종 의료급여 자격을 적용해 병원진료 조치를 했단다. 여기서 말하는 행려환자는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한정한다. ①일정한 거소가 없는 자 ②행정관서에 의해 병원에 이송된 자 ③응급환자임이 의사 진단서상 확인되는 자 ④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 능력이 없는 자다.

그날 부평역 광장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서 나오면서 본 노숙인은 이들 중 포함되지 않았을 듯하다. 왜냐하면 부평구 집행부가 보고한 노숙인과 행려환자에 대한 현황·조치에는 부평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통계에 나와 있지 않아도 현실에는 존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내가 본 노숙인도 이에 해당한다고 미뤄 짐작해 본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러시아 우화였는데, 어느 마을에 의사가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환자가 대거 발생했다. 이를 두고 옆 마을 사람들은 그 의사란 사람이 병을 몰고 온 것 아니냐며 입방아를 찧었다. 그러나 그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모르고 있었거나 감춰져 있었던 병을 알아채고 치료했다고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 모두 새로 이사 온 의사 덕분이라는 것이다. 

부평구에 없는 것은 ‘노숙인’이 아니라 노숙인 ‘쉼터’다. 이들을 가여워하고 정책과 대안을 마련하는 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해야 할 일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언젠가는 부평구에 노숙인이 많아졌다는 통계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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