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옥 인천북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 전문위원
안홍옥 인천북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 전문위원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온 지 3년이 됐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의해 진행되는 학폭 처리와 심의위원회 제도는 수차례 개정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본다. 특히 8∼9명으로 구성되는 심의위는 배심원 제도처럼 학부모 3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수결로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최적의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초등 1∼3학년 저학년 학생들의 학폭 심의위 회부는 하루빨리 개선해 학교장 자체 해결로 하고, 심의위까지 회부하는 것을 원천 금지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주길 바란다.

초등 3학년 이하는 학폭 심의위를 개최하는 게 무의미함으로 학교장 재량에 의한 화해 조정이나 선도 조치 또는 관계 회복 프로그램 진행으로 바꿔야 한다는 교육현장 의견이 강하게 제기된다. 현행법상 10세 미만은 어떤 행위를 해도 처벌이 불가하다. 사안에 대한 인지 능력이나 판단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학폭 심의위에서 고의성과 반성 정도, 선도 가능성을 점수로 매기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초등 3학년 이하의 학폭 사안을 보면 당사자인 학생 의견은 온전히 무시된 채 학부모 간 감정싸움으로 확대돼서다.

보통 학폭이 발생해 접수되고 심의위원회가 열리기까지는 한 달 이상, 최장 두 달이 걸린다. 그 사이 피해 학생 측은 가해 학생과 분리를 원하지만 72시간 이내 긴급 분리 외에는 다시 한 반에서 지내야 하고, 학교 측은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조치 결정을 해 주기만을 기다리며 화해 중재 노력 등 그 이상의 조치는 하지 않는다. 사안 발생 초기에 조금만 노력하면 학교장 자체 종결 처리로 충분히 해결할 경미한 사안도 사안 축소나 편파 처리, 화해를 강요한다는 학부모들의 오해와 편견, 간섭에 시달리지 않으려고 원만히 해결하고자 하는 양측 부모의 연락처도 알려 주지 않고 차단한 채 학폭 심의위원회의 결과만 기다린다.

심지어 가해 측에서 자진 전반을 할 의향이 있어도 심의위 결정을 기다리며 신속하고 쉬운 방법보다 ‘어려운 방법’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그 사이 양측 학부모 간 갈등은 증폭되고, 혹시나 자녀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을 염려해 심의위 결정만을 기다리는 학교 측에 항의도 못하고 서로 간 불만과 불신만 쌓여 간다. 반면 당사자들인 학생들은 화해하고 사이 좋게 놀거나, 놀고 싶지만 부모의 간섭으로 싫은 척 또는 실제로 싫어하게 된다. 

실제 심의회장에는 당사자인 학생들은 출석하지 않고 학부모만 대신 자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출석한다 해도 너무 어려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발언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어떤 경우는 상대가 먼저 신고하면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경미했던 사소한 말다툼이나 신체 접촉을 구실 삼아 억지로 ‘맞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학년 승급 시 상대 학생과 다른 반으로 배치받기 위해 학폭으로 신고한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놀이터에서 노는 걸 좋아했던 아이인데 학폭 신고가 되고 난 뒤부터 놀이터 가기를 꺼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가 무섭다며 회피하는 등 동심이 멍들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학부모도 있다. 이 모든 게 학교장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신속한 교육적 조치를 심의위로 미루기 때문에 일어나는 모순들이다.

지금 초등 1~3학년 어린이는 대부분 한 자녀인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과 더불어 함께 살아갈 소통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가치관을 성립하는데, 이러한 중요한 기회를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빼앗아 버리는 셈이다. 따라서 초등 3학년까지 저학년 학생들은 심의위에 회부하지 않고 학교장 책임 아래 조기 분리와 신속한 관계 회복 프로그램 운영으로 회복 탄력성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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