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차에 접어든 김동연 경기지사는 취임 이후 지난 6개월간 새로운 어젠다 발굴에 힘을 쏟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기회소득, 경기국제공항 추진 같은 굵직한 현안을 거리낌 없이 시도하면서 한 차원 높은 실행력을 보였다. 도의회 여야와 협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의 토대도 확보했다.

조직 개편과 예산안 처리가 순항하면서 올 한 해 ‘기회가 넘치는 경기도’ 조성을 서두르겠다는 포부다.

다음은 김 지사와 일문일답.

-지난 한 해 소회는.

▶하루는 길고 6개월은 짧았다. 경기도 정책과 사업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영향, 각종 사건·사고, 심지어 날씨까지 무엇 하나 도민의 삶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 없었다.

현장을 많이 다녔다. 다니는 만큼, 만나는 만큼 해야 할 일이 보이고 해답도 보인다. 앞으로도 도민 한 분, 한 분의 말씀을 경청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도지사에 취임한 뒤 6개월간 예열 작업을 마쳤다. 새해 도정 운영 방향은.

▶지난해 경기도는 민선8기 도정의 기반을 다지면서 민생·경제·소통 분야에서 성과를 이뤘다. 새해에는 이 기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도약을 이뤄 ‘기회수도 경기’로 성큼 나아가겠다.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이겨 내면서 미래에 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위기로 위협받는 도민, 특히 취약계층의 삶을 지키는 한편, 경기도의 잠재력을 키워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이 같은 앞선 변화로 경기도가 대한민국 미래를 선도하겠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 관련 예산이 통과했다. 뚜렷한 실현 방안은.

▶지금은 도민 뜻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소통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면 길은 자연스럽게 열린다고 본다.

다행히 문희상 전 국회의장께서 특별위원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손을 잡아주셨다. 쉽지 않더라도 도민 의견을 충분히 모아서 추진하겠다. 임기 내 특별자치도로 가는 길을 최대한 닦아 놓겠다.

대한민국 경제를 총괄했던 제 경험으로 볼 때 경기북부의 성장잠재력을 이끌어 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1~2%p 올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도민 뜻을 모아 반드시 그 길을 트겠다.

-본예산에 기회소득 관련 예산을 포함하면서 기회소득이 출발을 본격 알렸다. 김동연표 기회소득의 정의와 가치 그리고 기회소득으로 얻고자 하는 효과는.

▶기회 정책의 핵심은 격차를 해소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구하는 일이다. 기회소득도 큰 틀에서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기회소득은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다.

문화예술인들은 창작 활동으로 가치를 창출하지만 대부분은 가치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다. 또 장애인들이 신체 활동을 하면 그만큼 체력이 증진되고, 그 결과로 장애인을 돌보는 공적 비용을 줄이는 가치를 창출한다.

다른 계층에 견줘 사회 가치에 대한 합의가 분명한 문화예술인과 장애인부터 시작하고, 앞으로 기후변화 대비, 인구위기 대처 따위 사회 가치를 가진 대상을 발굴해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이 경기도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산업구도를 직접 구상한 데 더해 기후, 동물복지 같은 당초 공공 조직에서는 보기 힘든 국·과를 신설했다. 어떤 의미인가.

▶경기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나아갈 방향과 시대정신을 담았다. 미래를 바라본 조직개편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진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미래성장산업국’ 산하에 반도체와 바이오, AI 빅데이터와 첨단모빌리티 들 개별 산업별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경제 역동성에 더해 포용과 상생, 공동체 가치를 실현하고 청년이나 베이비부머를 비롯해 세대별 맞춤형 지원을 담당할 ‘사회적경제국’도 신설했다.

당초 환경국은 기후변화와 미래 먹거리가 될 신재생에너지산업에 적극 대응하고자 ‘기후환경에너지국’으로, 축산산림국은 국민 의식과 생활상 변화를 반영해 ‘축산동물복지국’으로 개편했다.

도민들께 약속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경기국제공항’은 추진단을 꾸려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반도체, 탄소중립, 바이오, 미래차를 비롯해 경기도 미래먹거리 산업에 대한 청사진과 기대 효과는.

▶위기에 대처하면서 경기도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 역시 함께 해 나가야 한다.

반도체 말고도 탄소중립, 바이오, 미래모빌리티 같은 분야에서 시장이 커진다. 당연히 경쟁이 치열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선 각 산업별로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글로벌 혁신기업을 직접 만나고, 주요 국가 대사나 주한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활발히 만나는 일도 미래첨단산업 시장에서 경기도의 경쟁력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경기국제공항 역시 산업 뒷받침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다.

단순히 공장을 짓는 차원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의 교류를 포괄하는 ‘혁신성장 생태계’, ‘혁신동맹’을 만든다면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꼭 투자하고 싶은 경기도가 되리라 확신한다.

-기억에 남는 도민과 대화가 있다면.

▶지난해 10월 장애인 ‘누림통장’ 행사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화가 황진호 님과 어머님이 생각난다.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 있어 구입하고 싶다고 했더니 어머님께서 아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주셨다. 처음으로 작품을 판다고 기뻐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후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열었고, 도청사 내 상설 전시도 예정됐다. 자신 작품에 감동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꼭 아셨으면 좋겠다.

-취임 초부터 ‘접시깨기 행정’, ‘창의적 행동’처럼 도청 공직자의 적극행정을 강조했는데 현재 체감도는.

▶도지사로서 제가 느끼는 부분보다 도민들께서 어떻게 체감하느냐가 중요하다.

공직사회에는 오랜 관행과 관료주의가 남았다. 저 역시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함께 바꿔 가자고 제안했다.

레드팀을 만들고,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경바시(‘경기도를 바꾸는 시간’이라는 기획으로 진행된 포럼)를 기획해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민간의 다른 생각, 새로운 생각을 공직사회에 이식해 보려 한다.

-지방자치에서 유례없던 ‘여야정협의체’를 꾸렸다. 앞으로 더 넓은 범위의 협치 계획이 있다면.

▶조건 없는 대화와 진정성 있는 소통 말고는 다른 지름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78대 78, 정말 절묘한 도의회 구성이다. 제대로 된 협치의 모범을 만들어 보라는 도민의 뜻이라 받아들였다. 여야를 넘어 경기도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찾아가고 초대해서 만났다. 여야정협의체도, 예산안과 조직개편안 통과도 한걸음에 이뤄지진 않았지만 진심이 통했다 생각한다.

지금까지 성과와 신뢰를 바탕으로 더 높은 수준의 협치로 발전시켜 가겠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 교체를 핵심 어젠다로 부각시켰다. 현재 정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나.

▶정치를 하겠다고 처음 결심한 이유가 바로 우리 정치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우리 정치는 제가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보다 더욱 나빠졌다고 평가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10·29 참사를 봐도 그렇고, 예산안 합의 과정이나 연말에 이뤄진 사면을 봐도 그렇다.

전 정권 탓, 상대 진영 탓만 하면서 갈라져 싸우는 동안 경제위기도, 안보위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정치 교체만이 우리 사회 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으며,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가려 한다.

-새해 도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경기도는 도민의 삶을 지키는 방파제가 되겠습니다.

지난해 마련한 토대로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경기도 경제와 사회를 더 활발하고 힘차게 만들겠습니다.

경제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서로 힘을 합쳐 미래로 나아가는 상생과 포용의 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새해에도 늘 도민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민기 기자 mk1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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