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명훈 아인여성병원 혈관외과  과장
나명훈 아인여성병원 혈관외과 과장

하지정맥류는 정맥 내 판막 손상으로 혈액이 역류하거나 정체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주로 종아리나 허벅지처럼 하체 부위에 나타난다. 증상으로는 다리 부종이나 저림, 쥐내림, 통증, 가려움증, 무거움, 피로감, 열감 따위가 있다.

특히 겨울철은 체내 혈액순환 능력이 떨어지는데, 추운 날씨로 옷을 두껍게 입는 경우가 많아 근육과 혈관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하지정맥류는 겨울철 더욱 주의해야 하는 질환으로 불린다.

하지정맥류가 발생하면 하체가 붓고 혈관이 튀어 나오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단순히 미용상 문제 혹은 일시적 문제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자연 치유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기 때문에 반드시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다.

하지정맥류 환자 수도 매년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9만6천586명이던 하지정맥류 환자는 지난해 24만4천765명으로 4년 새 21% 늘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6.9%로 가장 많고 60대 25.1%, 40대 22.8% 순이다. 성별로는 여성 비율이 68.0%로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내 판막 기능 부전으로 심장으로 가야 할 혈액이 역류해 발생한다. 성별 구분 없이 전 연령층에서 고루 발병하지만 유독 여성에게서 많은 이유는 임신과 출산 때문이다. 임신하면 자궁이 커지면서 정맥을 압박하는데, 이로 인해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다리 부종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출산 후에는 호르몬 변화로 혈관 벽이 느슨해지면서 판막이 손상돼 역류 현상이 심해진다. 이를 방치하면 피부궤양 같은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유전적 요인 말고도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생활 습관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증상, 가족력 등에 대한 문진과 의사의 간단한 진찰로 하지정맥류가 의심되면 초음파 검사 또는 정맥조영술(CT venography)로 진단하게 된다.

초기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되지만 상태가 심할 경우는 문제가 있는 혈관을 폐쇄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 종류로는 레이저 열을 이용한 레이저 수술(EVLT), 고주파를 통한 고주파 수술(RFA), 생체형 접착 물질을 이용한 베나실, 혈관 내막에 물리적 자극을 한 후 혈관 경화제를 주입하는 클라리베인, 혈관을 직접 매듭하고 제거하는 결찰술, 발거술, 절제술 등이 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혈관을 잘 아는 전문의의 진료를 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예방이다. 재발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족력이 있거나 관련 질병이 있는 경우 주기적으로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고,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수시로 확인하는 편이 좋다.

시술이나 수술 후 관리 또한 중요하다. 평소 생활 습관을 점검해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는 피하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며, 다리를 꼬거나 쪼그려 앉는 습관도 버리는 것이 좋다.

<아인여성병원 혈관외과 나명훈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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