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으로 가슴앓이한 기억이 있습니다. 필자에게 청소년 시절, 미모로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배우를 꼽으라면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가냘프면서도 청순함이 가득한 그녀가 첫사랑처럼 기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한 그녀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이처럼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배경으로 유명해진 도시가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Verona)입니다. 베로나는 밀라노와 베네치아 중간쯤에 있는 인구 26만 명의 작은 도시입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합니다. 바로 최고의 관광명소인 ‘줄리엣 집과 동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곳은 줄리엣이 살던 집이 아니라 그저 고택(古宅)에 재현해 놓았을 뿐입니다. 이를 구경하기 위해 전 세계인이 가 보고 싶은 도시로 만들었으니 베로나의 창의성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천도 ‘사랑의 도시 베로나’처럼 무형의 자원과 지역문화로 세계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인천의 옛 도심으로 자존감을 세웠던 제물포와 동인천은 세월이 흐른 지금, 성장 속도가 송도와 청라지역에 비해 더딥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 다시 명성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원도심의 다양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역사적 건축물을 활용하고 나아가 지역문화를 창출하는 것이죠. 마치 베로나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활용하듯 말입니다.

1883년 개항한 인천은 도심 전체가 문화자원입니다. 중구는 명칭처럼 인천의 핵심 상권을 가진 지역으로 옛 문화적 요소가 풍부합니다. 인천개항박물관과 1883개항살롱 그리고 애관극장 등이 있습니다. 이것을 문화와 예술 그리고 경제성까지 확보하며 살려 나간다면 베로나의 아레나(Arena) 오페라극장이나 마치니 거리처럼 최고의 번화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듭니다. 김중미 작가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동구 만석동 이야기를 배경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이 글은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지역의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을 높여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연수구 원도심은 어떻게 해야 ‘뜨는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요? 현재 연수구는 두 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안골마을과 함박마을입니다. 두 마을의 환경은 매우 다릅니다. 전자는 연경산이 품고 있는 주택지역이고, 후자는 많은 외국인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각 마을은 강점을 살릴 때 경쟁력이 생깁니다. 안골마을은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문화를, 함박마을은 각국의 이색적 예술을 활성화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입니다. 

도시재생은 지역 스스로 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한 도시의 창의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전북 익산입니다. 익산농협에서는 쌀 생산이 많은 지역 환경을 배경으로 순수 국내산 쌀에 젊은 층이 즐기는 아이스크림을 재료로 ‘생크림 찹쌀떡’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인기가 높습니다. 하루에도 수만 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니 떡의 무한 변신인 셈입니다.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교수는 "도시는 함께 일하고 놀거리가 많으며, 물리적인 연결 수요 정도에 따라 성공 여부는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도시를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은 문화와 예술을 잇는 창조가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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