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의 감독 단명 역사가 반복된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했으며, 김여일 단장도 동반 사퇴키로 했다고 알렸다. ‘사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나 배구계에서는 사실상 경질이라고 본다. 오히려 권 전 감독은 사의를 밝히지 않았고, 1위 도약을 향한 의욕을 보인 상황이었다.

갑작스러운 감독 사퇴에 따라 흥국생명 이전 감독들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는다. 2014-2015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8시즌 동안 흥국생명을 이끈 박미희 현 해설위원을 제외한 모든 흥국생명 감독들이 단명했기 때문이다.

고(故) 황현주 전 감독은 2005-2006시즌 1위를 달리던 와중 시즌 막바지에 경질됐다.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철용 전 감독은 2005-2006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으나 다음 시즌 준비 중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후 황 전 감독이 복귀했으나 2008-2009시즌 초반 1위를 달리다가 또다시 경질됐다. 이어 이승현 전 감독이 약 70일 만에 팀을 이끌다 사의를 표했고, 당시 어창선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하며 남은 시즌을 이끌었다. 2009년 4월 정식 감독이 된 어창선 전 감독도 2009-2010시즌 중 팀을 떠났다.

배구계는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권 전 감독의 사퇴를 수긍하지 않는 모습이다.

선두 수원 현대건설(승점 45)을 뒤쫓으며 2위(승점 42)를 달리는 것은 물론, V리그 여자부 관중 동원 1위(평균 4천380명)다. 권 전 감독이 이끈 18경기에서 패배도 단 4경기였으며, 현대건설을 잡아내기까지 했다.

순위와 실력만 놓고 보면 괜찮다 못해 우수하다. 이에 흥국생명의 선택은 오히려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1위 도약을 위해 경기에 집중해야 할 선수들이 구단 고위층의 결정이 초래한 내홍을 견뎌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기 때문이다.

김재우 기자 k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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