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인천재능대 경영과 교수
이상직 인천재능대 경영과 교수

중국 정부는 왜 갑자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했을까? 제로 코로나 정책이란 코로나 발생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특정 지역을 봉쇄하고 사람들의 이동을 금지시키는 방역 전략을 의미한다. 지난해 실시된 상하이나 수도 베이징 그리고 그 밖의 여러 대도시나 지역을 통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사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가져올 심각한 부작용은 무엇보다도 중국 경제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봉쇄된 지역의 경제활동은 중지되고 이에 따라 모든 생산활동 역시 포기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과거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국내 투자와 소비 그리고 국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아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과 고강도 방역으로 인민들의 피로감과 반발감이 누적되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강도 정책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15억 인구를 가진 사회주의시장경제 체제를 실시하는 중국 특색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자.

무엇보다도 시주석의 3연임과 중국의 열악한 농촌 의료환경이 주원인으로 보인다. 즉, 3연임 결정 도중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시 주석의 3연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견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개최된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의 시 주석 3연임은 의외로 순조로웠고, 그의 권력 기반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 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고강도 방역 정책은 완화될 것이라는 일부의 기대와는 달리 시 주석은 여전히 완고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와 같이 중국의 농촌에는 현재 고령의 노인들이 많고, 대도시와 지방 사이의 의료자원 불균형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중국이 최근 들어 급작스럽게 위드 코로나 개방 전략으로 대응 기조를 선회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월드컵과 흔히들 MZ세대라고 하는 지우링허우(1990년대 이후 출생)들의 백지시위가 주원인으로 여겨진다.

시 주석과 중국인들의 축구 사랑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축구 굴기로 인민들의 행복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의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국 축구는 아직도 세계 수준과는 요원하며 단지 인터넷을 통해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시청을 통해 중국의 인민들, 특히 빠링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와 지우링허우 세대들은 큰 정신적·체제적인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들은 장기간 실시된 고강도 방역으로 피로감과 반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고 자유분방하게 자국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전 세계인들의 축제를 보면서 비로소 자신들이 처한 비현실적인 체제의 가면을 봤기 때문이다.

지우링허우들은 한 자녀 가정에서 성장해 2001년 WTO 가입과 경제 고속성장기를 접한 세대들로, 유년기 때부터 시장경제를 접했고 인터넷 발달로 외국 문화에 익숙한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자아와 개성을 추구하며, 합리적·이성적 소비를 통해 인터넷 쇼핑의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더불어 SNS 구전 효과 등을 이용해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2012년 시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직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夢) 실현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진핑 시기의 대표적 통치 이념이 됐다. 중국몽에는 국가 부강, 민족 진흥, 인민 행복 세 가지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의미가 담겼고 빠링허우, 지우링허우 세대들에 대한 애국주의 교육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 주석의 기대와는 달리 카타르 월드컵은 중국몽 실현에 큰 장애물이 되리라 보여진다. 중국의 기성세대는 체험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심이 거의 없다. 하지만 지우링허우 세대들은 특성상 자신들의 정체성에 반하는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모바일 등 인터넷이란 수단으로 격렬히 저항할 수도 있음을 이번 백지혁명에서 명확히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시 주석의 생각과 달리 애국교육 세대들이 중국몽 실현의 최고 장벽이자 상당한 체제 저항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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