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회장
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시대에 정년퇴직한 세대가 다시 일자리를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 후에도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자리가 없어 백수로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60세 은퇴하고 100세까지 40년간 긴 세월을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경제적으로 40년간 놀고먹을 재산은 있는가?

누구나 자신의 꿈을 펼치고 사는 날까지 편안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것이 최우선의 조건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탓에 수년 전부터 침체를 거듭하는 국내외 경제사정 때문에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나이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이 젊으면 정년퇴직을 해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일할 수 있다. 좋은 직장만 고집할 여유가 없다. 70세 시대에서 100세 시대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사회에서 정년퇴직 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같으면 정년퇴임 후 자녀들에게 부양받고 살아야 할 세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하고 자녀 양육 등 경제적으로 지출이 많은 시기에 정년퇴임을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60대 젊은 퇴직자들은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의 노후 문제와 자식 교육 문제, 결혼 걱정에 노부모 부양까지 말 못 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다. 너무 빨리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다 보니 이제 가족의 힘만으로는 노부모를 부양하기가 어려워지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노부모 부양 능력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보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걱정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부모님에게 많은 유산을 상속받은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직업 없이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가 개인의 실업 문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그만큼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퇴직 후 한창 일할 나이에 일을 하고 싶어도 정년퇴직자들이 찾는 일자리 갖기란 쉽지 않다.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 고령자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넘어섰으며, 2025년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된다고 한다. 2016년 현재 국내 226개 기초단체 가운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곳이 23%(53개),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한 곳은 38%(88개)에 달한다고 했다. 6년이 지난 지금 많은 곳이 고령·초고령을 넘어 소멸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러한 실정에 미뤄 대책은 진작 마련됐어야 했다. 

요즘 젊은이들도 괜찮은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 하물며 정년퇴직자들을 위한 안정된 일자리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 사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향해 이들을 위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당장 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노년층 일자리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청년일자리 마련이 급하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몇 년 전까지 공직에서 일하다 정년퇴직한 지인이 87세 부모님과 삼 남매를 부양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오다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극단적 선택은 이상도 꿈도 아닌 영원한 파멸임에도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끊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목숨을 잃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진리를 아는 사람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끊겠다고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괴로웠을까? 일자리가 없어 백수로 가족 부양이 어렵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무슨 방법으로 막겠는가. 사실 노후 대책을 세워 놓고 경제활동에서 물러났다면 몰라도 자기 스스로 일해 돈을 벌지 못하는 시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다. 이제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국민들이 노후를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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