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가장 힘든 요일은 단연코 월요일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독 월요일에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호소한다. 오죽하면 월요병이란 말까지 생겼을까!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제목만 보면 직장인에게 희소식 같은 타이틀이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이런 추측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을 넘어서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다. 

 2022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었다. ‘UN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80년에 100억 명을 넘어선 인류는 2100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리라 예측됐다. 1800년대 초반 10억 명이던 세계 인구가 20억 명으로 늘어나는 데 120년 걸린 반면, 1970년대 이후로는 10년마다 10억 명씩 증가하고 있다.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환경오염, 식수와 식량난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생존전쟁을 일으킨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2017)는 인구과잉시대에 태어난 일곱 쌍둥이의 생존기를 다룬 작품이다.

 2040년,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변형 농작물 재배가 전방위로 확산된다. 그러나 이는 예상 밖의 부작용인 쌍둥이 급증으로 이어져 다시금 기근 현상이 반복됐다. 이에 정치인이자 보호생물학자인 케이먼 박사는 산아를 제한하는 1가구 1자녀 정책을 발의한다. 이로써 다자녀 사실이 발각될 경우 선택된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강제로 부모와 분리돼 정부 관리 아래 냉동수면 상태로 보존됐다. 케이먼 박사는 살기 좋은 미래에 깨어나는 것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길이라 주장했고, 이는 30년 넘게 지속됐다. 다시 말해 세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깨어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카렌은 일곱 쌍둥이의 사회적 자아로, 쌍둥이들은 하루씩 돌아가며 카렌으로 살았다. 이는 갓난아이 때부터 부모 대신 아이들을 홀로 키운 외할아버지의 뜻이었다. 일곱 명이 비밀리에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돼야 했기 때문이다. 첫째인 먼데이(월요일)부터 일곱째인 선데이(일요일)까지 자매들은 각자의 요일에만 카렌으로 외출과 사회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자매의 리더인 첫째가 출근 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사라진 첫째의 행방을 쫓기 위해 화요일에 집을 나선 둘째의 행방마저 묘연해진 가운데 자매의 집이 습격 당한다.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비밀 공간도 뚫려 버린 가운데 막내 선데이가 목숨을 잃는다. 자매들의 잇단 실종과 사망 속에서 남은 이들의 목숨을 건 생존 액션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펼쳐진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일곱 쌍둥이가 한 인물로 위장한 채 살아가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기본 설정만으로도 기후, 환경, 식량 문제, 국가통제시스템과 윤리, 자아정체성과 존재 등 생각할 거리를 풍성하게 던져주는 데 있다. 다만, 영화 자체는 철학적 깊이보다는 오락적 긴장감과 액션에 더 큰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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