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과 일대 전경.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시 부평구 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과 일대 전경.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시 부평구 캠프 마켓 조병창 병원 건물이 존치 여부를 두고 2년 가까이 논쟁을 벌인 끝에 결국 철거로 가닥을 잡았다. <관련 기사 2면>

시는 19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병창 건물의 역사 가치와 보존 방안, 토양오염 정화 방법을 모두 만족할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더 이상 환경정화 작업을 미루기 어려워 조병창 건물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는 조병창 병원 건물을 포함한 캠프 마켓 B구역 토양오염 정화 작업을 국방부 정화계획에 맞게 처리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국방부는 토양환경보전법에 근거한 토양오염 정화기간인 올해 말까지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한 뒤 복원을 전제로 토양오염을 정화한다.

앞서 2020년 11월 문화재청에서 조병창 병원 건물을 근대건축물로 보존하라고 권고했고, 2021년 3월 국방부는 병원 건물의 존치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시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시는 2021년부터 시민참여위원회를 열고 시·국방부·문화재청 3개 기관 실무회의를 거쳐 조병창 병원 건물 보존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 환경오염 정화 작업을 진행하려면 불가피하게 철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해 11월 건축물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이를 두고 지역 시민단체에서 근대건축물 보존을 주장하며 철거 중단을 요구했고, 시와 국방부는 공사를 일시 중단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소통간담회를 3차례 열었다. 소통간담회에는 건물 존치를 주장하는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와 건물 철거를 주장하는 ‘부평숲추진위원회’, 부평구, 시 관계자가 참가했다.

소통간담회 결과, 시는 시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에 따라 조병창 건물 철거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또 처음에 근대건축물 보존을 권고했던 문화재청이 태도를 바꾼 점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은 조병창 병원 건물이 한국전쟁 당시 폭격과 주한미군의 개축으로 원형이 거의 남지 않아 등록문화재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시와 국방부는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더라도 흔적이 최대한 남도록 공사를 진행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해 가치를 보존할 계획이다. 또 남은 D구역 건축물들은 조사와 가치판단 과정을 사전에 진행한 뒤 정화 작업을 추진하고 중앙부처와 협의해 할 일을 정립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인천시가 토양오염 정화 책임을 지고 문화재청 의견을 뛰어넘는 가치판단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캠프 마켓을 시민과 지역사회가 공감하는 공원으로 조성하도록 시민들과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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