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은 지난해를 강타한 말이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순간, 선수들이 흔드는 태극기에 적힌 문구로 널리 알려졌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이끌어 낸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맞물리면서 이 글귀는 더욱 진한 감동을 줬다. 오늘 소개하는 1976년작 영화 ‘록키’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배우 실베스터 스텔론을 한순간에 스타로 만든 이 작품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 아니었다. 

 스텔론은 1970년대 할리우드가 선호하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 엑스트라 말고는 할 만한 배역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간신히 살아가던 그는 1975년 무하마드 알리와 척 웨프너의 복싱 경기를 보고 영감을 얻는다. 그렇게 그의 손에서 3일 만에 완성된 각본이 바로 ‘록키’였다. 흥미로운 스토리라인 덕분에 여러 영화사들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자신이 주연과 감독을 맡아야 한다는 조건이 맞지 않아 번번이 무산됐다. 우여곡절 끝에 감독은 따로 기용하되 주연은 그가 맡기로 합의된 이 영화는 무명 배우 주연의 저예산 영화로 제작됐다. 당시 영화계의 기대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작품은 이후 전설이 된다.

 나이 서른, 고리대금 수금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록키는 성공한 복서를 꿈꿨지만 그가 뛸 만한 경기는 뒷골목의 싸구려 시합뿐이었다. 사력을 다해 승리하더라도 손에 쥐는 돈은 터무니없는 푼돈에 불과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허름한 집에 도착한 록키는 애완용 거북이와 작은 금붕어의 밥부터 챙겼다. 별 볼 일 없는 삼류인생이지만 록키는 따뜻하고 올곧은 사람이었다. 사채 수금을 할 때에도 힘을 써서 빼앗는 일은 하지 않았다. 애완동물 가게 점원인 에이드리언을 오랜 시간 짝사랑한 그는 최근 그녀와 조심스레 연애도 하며 나름의 일상을 살아갔다. 

 그런 중 뜻밖의 일이 펼쳐진다. 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인 아폴로 크리드와 록키의 경기가 성사된 것이다. 이는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무명의 복서에게 기회를 주는 꿈의 무대로 기획됐다고 홍보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챔피언과 겨루기로 한 상대 선수가 부상을 당한데다, 경기를 5주 앞둔 촉박한 시간 탓에 아무도 도전자로 나서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신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 셈이다. 록키는 ‘이탈리아 종마’라는 특이한 별칭 덕에 선택됐다. 

 이벤트성 경기라고 가볍게 생각한 챔피언과는 달리 록키는 일생일대의 시합을 앞두고 체력과 정신력을 단련한다. 그렇게 다가온 시합 당일, 록키는 챔피언을 상대로 한방에 KO당하지 않고 오래 버티겠다는 각오로 링 위에 선다. 3회전이면 끝날 거란 예상과는 달리 넘어져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투혼을 보이며 록키는 챔피언을 상대로 15라운드 경기를 이어간다.  

 복서가 아니라 해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이라는 링 위에 오른 선수와 같다. 이 치열한 경기에서 강력한 한 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버텨 내는 힘이다. 시련에 쉽게 좌절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두 다리로 버텨 낸다면 전진할 기회가 분명히 찾아올 테니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링 위에 선 록키처럼 새해의 우리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기합으로 기운을 넣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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