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도상가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인천시청 앞에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에 반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지하도상가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인천시청 앞에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에 반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시 지하도상가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다. 관련 조례를 개정하려 하자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시가 평행선을 달리며 대치한 지 3년 넘게 흘렀지만, 지금도 ‘양도·양수·전대’라는 잘못 꿴 첫 단추<기호일보 1월 17일 5면자 보도>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24일 양쪽에 따르면 당초 조례 개정안이 대법원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시가 지난 9일 새로 입법예고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시는 법 테두리에서 지하도상가 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전차인과 달리 임차인에 관한 충분한 대책과 근본 문제 해결이 빠졌다는 이유로 현장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여기에는 시와 임차인이 서로 물러서지 못하는 마지노선이 있다. 바로 당초 조례에서는 허용했던 ‘양도·양수·전대’ 문제다. 시는 해당 조항이 분명히 상위법에 어긋나는 만큼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상인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이들 조항을 허용한 시와 시의회에 있다며 적절한 보상과 사과 또는 충분한 대책 없이는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이는 조례를 본격 개정하려고 했던 3년여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2019년 8월 시는 인천지역 15개 지하도상가 사용권의 양도·양수·전대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상정했고, 이렇다 할 해결 없이 해를 넘기는 과정에서 시와 시의회가 ‘핑퐁 게임’을 벌였다.

논란 끝에 출범한 상생협의회도 시와 상인 간 합의점을 끝내 찾지 못한 채 생명을 다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선 또는 피해 대책 수립의 근거가 돼야 할 실태조사도 3년째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처음 지하도상가 논란이 심화했을 당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예산도 세웠지만, 시는 지하도상가 실태조사 범위가 넓은데다 점포 현황 변동이 잦아 현재까지도 실태조사를 끝내지 못했다.

상위법에 맞게 조례를 개정한다는 시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지하도상가 상인 측 요구사항 중 하나인 대화 창구(상설협의회) 구성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면서, 이번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뒤 3년 전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시는 최선의 대책을 찾게 된다면 얼마든지 조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상인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고 행정안전부 행정처분 기간도 유예를 받고 대책을 찾아 입법예고한 상황인데 우리로서도 답답하다"며 "입법예고는 이미 했지만 더 좋은 대안이 나온다면 얼마든 개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시 차원에서도 손 놓지 않고 계속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지하도상가특별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임차인을 위한 아무런 대안이 없어 위기에 내몰릴 판"이라며 "전통시장법을 적용한 다른 지자체 사례와 같이 마땅한 대책을 진작 마련했어야 하는데, 담당이 바뀔 때마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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