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시조’는 우리나라 전통의 고유한 정형시다. 한국시조문학진흥회를 비롯한 일부 시조단체에서는 시조의 범국민 문학화와 세계화에 힘써 왔다. 2016년 12월에는 ‘시조 명칭과 형식 통일안’을 제정·선포했고,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으나 별 진척이 없었다.

그동안 나는 그 원인과 대안을 발표했다. 그 중 초·중·고 학생에 대한 교육당국의 시조교육 정책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시조교육 상황은 통일되지 못한 시조 창작 방식의 혼선이 하나의 장본(張本)이라 할 수 있다. 

시조의 현대화란 명목으로 지나치게 형식을 깨면서까지 창작한 것을 우수 작품으로 장려하거나, 자유시와 잘 구별할 수 없는 작품을 현대시조라 하는 이들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시조의 본질은 정형성(定型性)이다. 정형성은 형식상 3·4조의 자수율을 기본으로 하고, 내재적 작품성을 이루는 데 있다. 그렇지 않으면 초심자나 외국인이 어떻게 자유시와 시조를 구분할 수 있으며, 한국의 정형시라고 유네스코에 등재할 수 있겠는가. 시조의 본질을 살려 가르치는 것이 시조 창작의 ‘원칙’이다. 

초·중등교육법 목적에는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부터 한다고 돼 있다. 초·중·고 학생에게 시조 창작의 원칙을 가르치는 것이 기초적인 교육이며, 이 법의 목적에 알맞을 뿐만 아니라 시조를 올바로 알게 하는 방도다.

이에 2018∼2022년에 사용된 초·중·고 과정 ‘국어’ 관련 교과서에 수록된 시조 현황을 조사해 봤다. 대상 교과서는 총 37권(초교 20권, 중교 6권, 고교 11권)이었으며, 그 중 시조가 수록된 것은 10권이었다. 

수록 편수는 초교 과정 6편, 중교 과정 3편, 고교 과정 10편으로 도합 19편이었고, 그 중 현대시조 6편, 고시조 13편이었다. 

작자는 미상 3인을 포함해 총 16인이었으며, 그 중 현대시조시인은 4인에 불과했다. 여러모로 첫 단추를 잘못 꿰어도 한참 잘못 꿰었다. 그 잘못된 점과 개선 대안들을 몇 가지 간추려 본다.

첫째, 시조 수록 편수가 적어도 너무 적다. 초교 과정의 경우 해방 후부터 2000년까지 매년 15편 이상을 유지하다가 2001년 8편에서 현행 6편으로 줄었다. 

고교 과정의 경우 1970년대 상반기 3개 국어교과서에 실린 작품 48편과 단순 비교해도 10편은 너무 적다. 실린 작품 전체 수가 적다 보니 현대시조가 중·고교 과정에는 각 1편에 불과하다. 총 시조 편수를 3배가량 늘리고 시조 분야 ‘별도 단원’을 설치해야 한다.

둘째, ‘고시조’만이 우리 전통시조인 양 여기게 한다. 초교 과정 2학년 최초 작품부터 3학년, 5학년까지 현대시조가 ‘시’의 이름 아래 나온다. ‘시조’라는 명칭은 6학년의 고시조 2편에 처음 썼다. 

중·고교 과정에는 각각 첫 시조작품부터 고시조 위주로 실렸다. 따라서 배우는 청소년들이 ‘시조=고시조’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시조는 시절가조의 준말로서 늘 시대와 함께 영원히 살아있다. 당당히 첫 작품부터 ‘시조’라는 명칭을 써서 고시조에서 현대시조로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셋째, 시조를 자유시의 아류(亞流)처럼 느끼게 한다. 초교 과정 2~5학년 시조작품을 ‘시’라 한 것은 자유시와 혼동될 수 있다. 중교 과정 첫 작품은 정형성과 거리가 먼 ‘사설시조’를 실었다. 

고교 과정에 실린 단 1편의 현대시조는 초·중장이 정형률에서 벗어나 자유시처럼 보일 수 있다. 시조의 본질이 깨졌다. 시조와 자유시를 헛갈리게 한다. 정형성이 확실히 배어나온 단시조 작품이면 제격이겠다.

넷째, 시조 관련 용어가 혼란스럽다. 요즈음 시조는 음악으로서의 ‘시조창’과 문학으로서의 ‘시조’로 분화됐다. 

그 전부터 써 오던 ‘평시조·엇시조·사설시조’는 음악 분야에, ‘단시조·연시조·장시조(사설시조)’는 문학 분야에 쓰면 좋겠다. 

특히 중교 과정 3학년의 고시조 ‘훈민가’ 중 "올길헤(3자)→오는 길에(4자)"와 같은 현대어 시조풀이는 세심하지 못했다. 

현대시조는 종장 첫 소절을 3자(字)로 하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끝맺음이 좋듯이, 시조의 원칙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정통 단시조 한 편 올린다.

- 정형성 묘약 - 

 원칙을 알고 나면
 예외라도 절로 되듯
 
 시조는 형식에다
 그 내용을 잘 맞출 때
 
 목숨줄
 생생히 살아
 시방 더욱 푸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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