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을 아는가.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PD가 은퇴한 야구선수들을 모아 놓고 사심을 가득 담아 만든 TV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 정보를 보면 "Win or Nothing. 오직 승리만을 추구하는 사상 최강의 야구팀이 탄생했다. 11번째 구단 ‘최강 몬스터즈’와 전국 야구 강팀이 펼치는 양보 없는 대결. 야구에 미친 자들의 전부를 건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출연자들의 면면을 보면 현역 시절 이름깨나 날렸던 선수들이 많다. 프로 통산 2천503안타로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운 박용택 선수,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 선수, 3연속 완봉승을 거두며 ‘송삼봉’이라는 별명을 지닌 송승준 선수를 비롯해 아무리 은퇴했어도 무시 못할 선수들이 한꺼번에 포진했다. 최근에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와 야구에 진심인 김성근 감독까지 합류하면서 이 구단은 더욱 무서워졌다.

스포츠에서 모든 예측이 맞아떨어지기 힘든 만큼, 최강 몬스터즈가 항상 승리를 거두지는 못한다. 이들은 동의대학교 야구부에 5경기 만에 첫 패배의 쓴맛을 봤고, 충암고등학교 야구부에게는 4-14라는 스코어로 믿지 못할 콜드패(10점 차 이상 패배)를 기록했다.

전력 보강을 목표로 이대호 선수와 김성근 감독이 합류한 뒤 펼친 2경기에서 콜드승을 거두더니 자만한 탓인지 바로 다음 한일장신대학교 야구부와 1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프로 무대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승패가 뭐가 중요하겠느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들이 승리해야 하는 까닭은 겉으로 분명하다. PD가 시즌2 제작 전제조건으로 ‘7할 승률’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한일장신대 1차전을 승리했다면 7할 승률 확정이 가능했지만, 역전패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1차전이 끝난 뒤 선수들은 저마다 분하고 허무한 마음을 내비쳤고, 어떤 선수는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며 끼니를 걸렀다.

그런데 최강야구를 보다 보면 선수들이 이기려는 이유가 꼭 시즌2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아직도 콜드패를 당한 뒤 라커룸으로 돌아온 선수들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또 무의미한 아웃카운트를 늘렸을 때, 감독이 지시 내린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어이없는 실책을 범했을 때, 점수를 내야 하는 상황에 내지 못했을 때.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고 느끼면 선수들은 아쉬움을 넘어 분함을 표했다.

지난 30일 방영한 한일장신대 2차전에서 이들은 설욕에 성공했고, 꿈의 7할 승률을 달성해 시즌2를 확정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이택근 선수는 울컥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강야구는 시즌2가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는 정말 감동이다."

나이든, 부상이든, 기량 저하든, 저마다의 이유로 이미 은퇴했더라도 그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야구를 놓지 않아도 되는 기회인 만큼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최강야구 중계를 맡은 정용검 캐스터는 이날 이런 말을 했다. 많은 40~50대 시청자들이 이 선수들 뛰는 모습을 보며 ‘나도 가능하다’는 의지를 얻는다는 소감을 보내온다고.

수십 년간 야구를 하고도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선수들의 고군분투를 보며 40~50대뿐 아니라 모든 연령의 시청자들이 그들처럼 자신의 일에 진심으로 임해야겠다고 다짐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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