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인 ‘소통(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삶을 영위한다. 소통의 방법에는 말, 글, 태도(표정, 제스처)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말’이 가장 빈번하게 활용된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는다. 말을 잘해서 득을 보는 경우도 많지만 말을 잘못해서 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말을 할 때 수반되기 쉬운 실수를 피하기 위해 글을 써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 말로써 표현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을 할 때에는 항시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또한 가급적 상대방의 감정을 거스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어담을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생각을 한 연후에 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매번 생각을 한 연후에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 신중한 언행의 습관을 갖도록 평소 유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자신이 잘못되거나 부적절한 말을 했음을 알아채게 되면 즉시 이를 취소하고 사과하는 등 조기에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냥 방치했다가 나중에 큰 사단이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말도 중요하지만, 특히 정치지도자의 말은 더욱더 중요하다. 과거 TV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대통령의 뜻을 ‘기자회견’이 아닌 ‘담화문’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뜻을 정확하게 실수 없이 전달하기 위해 ‘문장’을 활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방식으로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한다고 하면 권위주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요즘에는 TV 등 언론매체, SNS 등 여러 방식을 통해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한다.

최근 중단하기는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시도했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도 국민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줬다. 그런데 대통령이 너무 자주 국민들에게 직접 노출되다 보면 부적절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고 신년 기자회견을 생략한 것이 일부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소통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겐 아쉬움이 더욱 크다.

최근 어느 언론 보도에 대통령이 너무 말을 많이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통령의 다변(多辯)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수긍이 간다. 대통령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말을 절제 있게 행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말은 일반인들의 말에 비해 그 무게가 훨씬 무겁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심에 조심을 더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제66조 제1항),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비준하고, 외교사절을 신임·접수 또는 파견하며, 선전포고와 강화를 한다"(제73조)는 규정을 두고 있다.

외교란 국가 간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서 국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외교석상에서 하는 말은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일상에서 주고받는 말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많은 정치인·외교가들이 직설적 표현을 가급적 피하고 ‘외교적 수사(diplomatic rhetoric)’를 활용하는 것도 국익을 도모함에 있어서 신중함을 기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왔다. 

법적으로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형법의 주요 원리인 ‘죄형법정주의’는 ‘명확성의 원칙(범죄의 구성 요건과 법적 결과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용으로 한다. 불명확한 형벌규정은 그 자체로서 위헌성을 지니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조인 출신이지만 지금은 법조인이 아니다. 따라서 검사 시절 몸에 배었던 언행과 태도를 대통령의 언행과 태도로 변환(트랜스포메이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말한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이 국내외에서 논란이 된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서 떠올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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