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록키’는 1편의 큰 성공에 힘입어 무려 14년에 걸쳐 5탄까지 제작된 작품이다. 그러나 2편 이후 평단과 관객의 평가는 냉담했고, 1990년 5편을 끝으로 더 이상 ‘록키 시리즈’는 제작되지 않았다. 누구도 찾지 않던 그 영화는 5편 이후 16년 만에, 1편 이후 무려 30년 만인 2006년 ‘록키 발보아’란 이름으로 다시 관객과 만났다. 서른 살의 팽팽한 패기와 젊음이 한참 사라진 환갑이 된 록키가 링 위에 서는 모습을 누가 보고 싶어 할까! 연로한 전직 챔피언이 비참하게 두들겨 맞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록키 역의 실베스터 스텔론은 기어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복서를 링 위에 세웠다. 그리고 1976년 록키가 처음 보여 준 그 우직하고 순수한 열정을 영화 ‘록키 발보아’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1980년대를 주름잡던 왕년의 세계챔피언은 은퇴 후 아내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조용한 노후를 보낸다.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홀로 거북이 밥을 챙겨주는 환갑의 록키는 식당을 찾는 손님에게 지난 추억을 들려주는 일을 낙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한 가상의 복싱 경기가 눈길을 끌었다. 현 헤비급 세계챔피언 메이슨 딕슨과 한때 미 전역을 열광시킨 전설의 챔피언 록키와의 대결이 시뮬레이션으로 열린 것이다. 전성기 시절의 록키가 현 챔피언을 꺾고 승리를 거두는 경기에 대중은 열광했다. 2000년대 들어서 예전만 못하던 권투의 인기가 살아나는 듯했다. 

 이 가상 대결로 록키의 마음도 들끓었다. 가슴 깊이 잠자던 뜨거운 열정이 꿈틀대며 다시 링 위에 서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록키도 자신의 나이를 잘 알기에 동네에서 뛰는 작은 경기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큰 인기를 모은 가상 대결로 인해 록키는 실제로 메이슨 딕슨과의 경기 제안을 받는다. 모두가 만류하지만 록키는 제안을 수락하고,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혹독하게 신체를 단련한다. 특히 느린 스피드를 극복할 방법으로 강한 한 방을 노릴 핵주먹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렇게 라스베이거스 특설 무대에 오른 록키는 젊은 선수를 상대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마지막 라운드까지 최선을 다한다. 

 "난 아무것도 못 되는 인간이야. 하지만 상관없어. 시합에서 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머리가 터져 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끝까진 못했거든. 내가 그때까지 버티면, 공이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처음으로 내 인생에서 뭔가를 이뤄 낸 순간이 될 거야." 영화 록키 1편의 명대사처럼 30년 뒤의 록키도 그렇게 끝까지 링에서 버티며 자신의 존재를 보여 줬다. 

 ‘록키 발보아’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록키의 열정과 초심을 보여 준 작품이자, 시리즈를 멋지게 은퇴하도록 해 준 작품이다. 무엇보다 1편에 나온 장면들을 오마주하며 노장의 투혼을 보여 준 영상은 록키의 유명한 사운드트랙과 맞물리면서 코끝이 시큰해지는 벅찬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2월의 시작, 순수하고 우직한 록키의 열정을 보며 나는 가슴 뛰게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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