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치동 선임기자
인치동 선임기자

1980년대 후반 일본은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버블 경제도 함께 경험했다. 국내총생산(GDP)은 미국보다 높았다. 일본이 넘버원이었다. 화려함도 잠시, 1990년대 버블 경제는 무너졌다. 기업들은 줄도산했다. 일본 경제는 장기(1991년∼2011년) 불황에 허덕였다. 이때 경제성장률은 평균 1.1%에 머물렀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시사용어가 나온 배경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오늘날 세계경제는 일본의 장기 불황 때와 사뭇 다르다. 복잡다단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8%, 한국개발연구원(KDI) 1.8%보다 낮다. 오히려 한국은행의 전망치 1.7%와 같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처지에선 암울한 수치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제 분절, 에너지 가격 상승 따위 원인도 다양하다. IMF는 물가 상승 대응을 권고했다. 물론 경기 침체도 대비해야 한다.

 이 와중에 지난주 연 한 포럼이 관심을 끈다. ‘제1차 산업대전환 포럼 좌장회의’다. 이 포럼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산업 대전환 대책과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마련했다. 여기서 "우리도 잃어버린 20년에 빠졌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2000년 이후 한국 경제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에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년간 반도체와 자동차를 포함한 10대 품목에 집중한 수출과 생산구조의 고착도 병폐로 지적했단다. 산업구조를 떠나 사회구조는 어떤가. 더 실망스럽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과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40년 56.8%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현재 비중은 71%다.

 이를 보여 주듯 OECD도 2030∼2060년 사이 한국의 한 사람마다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하락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전망을 내놨다.

 기업들의 투자도 문제다. 갈수록 국내 투자보단 해외 진출 비중이 커지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해마다 10% 이상씩 늘어난다.

 반면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그 절반도 안 된다. 국내외 기업 간 투자 미스매치는 결국 경제 활력의 소멸을 뜻한다. 이대로라면 10년 뒤 한국은 경제·사회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고착한 산업구조의 혁신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인천은 어떤가. 그나마 몇 년 전 산업구조 대전환에 들어갔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인천은 옛부터 내려오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 과거 경제의 근간을 이뤘다. 원도심에 흩어진 국가산업단지와 지방산업단지가 간판 격이다.

 이곳도 시대 흐름에 맞게 산업구조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래도 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미래 신산업과 첨단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전환은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안에서 활발하다. 4대 핵심 전략산업 육성으로 특징짓는다. ▶K-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송도) ▶수소산업 기반 조성(청라) ▶물류 항공산업 경제권 구축(영종) ▶관광·레저산업 벨트 조성이다.

 이로써 2030년 한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하겠단 목표다. 이 그림은 3년 전에 그렸다. 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A) 생각은 먼 발치에 있는 듯하다. 4대 핵심 전략산업 육성은 외치나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정책 변화도 감지된다. FEZ 추가 지정이 전면 부상했다. 인천내항(3.01㎢)과 옛 송도유원지 일원(1.77㎢), 수도권매립지(16.85㎢), 강화 남단(18.92㎢)이 대상이다.

 올해 용역을 발주해 개발계획을 짠다. IFEZA는 FEZ 지정 신청을 내년부터 2027년까지 한단다. 명분은 지속발전 가능한 FEZ 조성이다. 활용 시기는 2030년 이후다. 이 또한 정부가 FEZ 추가 지정을 승인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헛심을 빼는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은 머나먼 일인 듯싶어 그렇다.

 어쨌든 IFEZ는 올해 FEZ 지정 20년이 된다. 중요한 때다. 그간 개발과 외자 유치에 목을 맸다. 이제는 다르다. 미래 먹거리 확보다. 그런 뜻에서 IFEZ 안에 조성한 혁신성장 중심의 4대 핵심 전략산업이 기반을 잡아야 한다.

 틀을 갖춘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의 절대 위상 구축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클러스터 안의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 확대는 기업의 몫이다.

 IFEZA가 할 바는 탄탄한 기반 조성이다. 바이오벤처를 포함한 기업 유치와 산학연 협력 지원을 위한 인프라 강화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에서 ‘Global big pharma’(세계 대형 제약사)가 탄생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이 야무진 상상이 "IFEZ는 잃어버린 20년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