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최근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에서 법인차의 연두색 번호판 도입을 올해 후반기부터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초기 대통령 공약으로 나올 때에도 필자는 여러 번에 걸쳐 무용론을 언급하고, 번호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적 보완으로 활짝 열린 구멍을 선진국 수준으로 메꿔 합법적인 문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곤 했다. 잘못하면 법인차 모두에 대한 낙인 찍기가 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특권층이 누리는 새로운 영역으로 구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우리보다 앞선 제도적 정립으로 법인차에 대한 참고할 만한 벤치마킹 대상이 즐비한 만큼, 이를 정리해 한국형 선진 모델로 안착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만을 새로 달게 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나면 의미가 없다. 실제로 연두색 번호판 도입을 위해 각종 제도를 정리하고 추가로 번호판을 만드는 일도 비용이 상당하다. 심지어 과속단속기 측정 등 상당한 비용을 수반하는 만큼 효과가 반감될 경우 혈세 낭비라는 요소가 강조될 수도 있다.

연두색 번호판을 눈에 띄게 장착하는 이유는 사회적·윤리적으로 시선을 느끼게 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윤리적 부담을 줘 연두색 번호판을 단 최고급 프리미엄 승용차의 퇴출을 유도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반대로 언급하면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나 같은 특권층이 연두색 번호판을 정착한다는 잘못된 시각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구멍은 크게 열어 놓고 윤리적인 부분만을 강조해서는 의미가 없고, 도리어 문제가 더욱 커질 소지도 있다. 노는 물만 활성화시켜 주는 노릇만 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엄격한 기준으로 진입 자체를 규제하고 관리적 의무를 둬 진행한다면 자연스럽게 훌륭한 한국산 선진 모델로 자리매김하리라 확신한다. 연두색 번호판을 진행하는 만큼 장착과 함께 법적·제도적 기준을 마련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리라 예상한다. 번호판 도입만으로는 한계점이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언급한다.

이와는 별도로 다른 색 번호판 도입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용되는 클래식카의 번호판으로 새롭게 도입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우리는 아예 클래식카라는 시장도 없고, 인식도 돼 있지 않을 정도로 후진적 국가다. 클래식카 시장은 모두가 손으로 하는 일자리가 많고, 별도의 산업으로도 성장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또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자동차박물관 하나 제대로 없는 대한민국에선 이러한 인식조차 사치스러운 상황이다. 필자가 이 영역을 언급하는 것도 우리 실정에서는 아직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편협된 시장이다. 새로운 번호판 도입이라는 언급이 나오면서 해외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클래식카의 새로운 번호판 영역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발표 이후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단순한 의무나 책임이 없는 연두색 번호판 도입보다는 합리적인 법인차 도입을 생각해야 한다. 잘 운영하는 법인차를 동일한 잣대의 연두색 번호판으로 일괄 도입해 모두를 주홍글씨로 만들 수도 있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리어 특권층만 활용하는 영역으로도 구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검증된 방법과 효과를 기대하는 선순환 효과가 중요하다. 하여튼 쉽지는 않지만 법인차의 연두색 번호판 도입으로 인한 제도적 정착이 잘 되기를 바란다. 현 시점에서 효과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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