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기업은 이익의 극대화에 목적을 둔다. 이익은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하면 된다. 수익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재화나 용역을 제공했을 때 그 제공된 재화나 용역의 화폐가치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비용은 이러한 수익을 위해 소비된 경제가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수익은 매출액이며, 단가와 수량의 곱으로 나타난다. 수익을 크게 하려면 단가를 높이고 많이 팔아야 한다.

단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비싼 값을 주고라도 살 수 있도록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을 높이거나 구매할 명분을 갖게 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가 필요하다. 환경친화적인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실천하는 기업이 지속적인 수익 확보가 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발전할 기회를 획득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업의 목적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ESG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기업은 돈의 흐름에 민감하다. 투자자는 늘 돈을 벌기 위한 수단과 기회를 찾고 여기에 승부를 건다. 기업이 이윤을 바탕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ESG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ESG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기반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갖출 수 있느냐가 진짜 문제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ESG는 환경오염, 온실가스,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 공급망 인권,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 기업가치와 연관된 비재무적 요소들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은 기후변화, 환경위험관리, 이해관계자 대응 등을 환경 요소로, 근로자와 공정거래, 지역사회, 사회공헌 등을 사회 요소로, 주주 권리 보호, 이사회 구성·운영, 공시 일반 등을 지배구조 요소로 놓고 분야별로 수십 개의 검토 항목을 분류한다. 그러나 ESG는 환경,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리고 윤리, 도덕 이야기만은 더더욱 아니다. ESG는 ‘돈’ 이야기다. 

ESG는 금융권에서 시작된 용어다. 당연히 ESG를 가장 열심히 주장하는 측도 금융권과 금융자본 투자자이다. 이러한 투자자들이 ESG에 적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사실 투자자는 기업의 착한 행동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 행동이 기업의 미래 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만 관심이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미래 가치에 돈을 건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앞으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투자자들이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의 목적은 이익 극대화다.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상품을 많이 팔고 비용을 적게 쓰면 된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ESG는 실제로 재무적 수익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할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ESG 투자나 ESG 경영을 제대로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의 활동이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이름만 ESG로 바꾼다고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그러면 모든 제도가 갖춰지고 기업과 금융기관이 그 책임을 다한다면 ESG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ESG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기업의 존립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 즉 ‘이윤의 극대화’다. 기업의 주인은 사실 ‘주주’다. 주주는 기업 설립을 위해 위험을 안으면서 자본금을 넣고, 소비자들에게서 수익을 창출해 노동자에게는 임금을,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납품대금을, 채권자에게는 확정된 이자를, 국가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에 근거한 세금을, 지역사회에 대해서는 분진, 소음, 진동, 공해 발생에 대한 사회적 책임 비용 등을 다 지급한 뒤에야 남는 자산을 제 몫으로 챙긴다. 이게 바로 ‘주주자본주의론’이다. 

그렇다면 주주자본주의 시대가 가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즉 ESG 경영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무슨 소리인가? 흔히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론은 "기업이 주주(Shareholder)뿐 아니라 노동자,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을 똑같이 주인으로 대접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또 ESG 경영은 "기업이 이윤의 극대화에 앞서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가 오늘날 기업 경영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은 맞다. 애플·구글·아마존·삼성전자·자동차·조선에서부터 전통 제조업, 중소·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경영과 투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가 엄연히 기업의 ‘주인’인 상황에서 근로자와 협력업체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ESG 경영을 통해 환경과 사회 이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가 아니라 진짜 목적인 ‘이윤’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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