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얼었던 날씨가 풀리면서 사람들이 들썩인다.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위해 입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여소야대 현 정국에서 다시 정권의 키를 잡기 위한 물밑 작업의 시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행보가 주목된다. 제1야당으로 의석 수만큼 파워를 발휘하려 하지만 좀처럼 지지 기반을 만들지 못한다. 줄곧 지지부진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오르고, 기세를 올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균열은 예사롭지 않다.

여당을 빼앗긴 이후 민주당의 행보가 지난 20여 년의 막강했던 응집력을 흔든다. 2022 대선 패배에 냉정한 평가도 없이 관례대로 움직인 지도부의 사퇴로 들어선 이재명 대표가 화두이다.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당대표가 윤석열 정권의 정책을 비판하며 차기 주도권 확보를 위한 입지를 만들려는 행보를 한다. 민생 파탄, 검사 독재 등의 자극적인 메시지로 장외 행보를 이어간다. 169석의 막강한 자리를 두고도 촛불을 들고 거리를 휘도는 이유는 원내 단합이 쉽지 않으니 민심을 움직여 보려는 의도다. 물가 폭등의 문제에서 10·29 참사 등 민감한 이슈를 움직이며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한다. 법이 정한 틀 안에서 집회를 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당 대표의 검찰 수사를 회피하고자 함이 아닌가. 

주말마다 수도권 중심가를 가득 메우며 윤석열 정권에 대항하는 투쟁으로 당의 결속력을 확인하고 시민들에게 지지의 호소와 존재를 과시한다.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절반 이상이 투입되는 거리 행보로 그들의 목적을 이룰까. 이미 원내에서 장외 투쟁이 극단의 팬덤 정치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당대표가 의혹을 받는 부분에 대한 수사에 반발하면서 정권 타도와 민생구제를 외치는 모습은 설득력을 잃는다.

촛불집회는 시대의 목소리로 자리했지만 이제 자리를 잃었다. 거리를 메운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기 바라지만 민주당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정당의 탄생 목적은 집권이다. 국민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 그러나 정쟁을 위한 정국에 휩싸여 큰 재난 후에 혼란과 고통에 빠진 국민들을 보지 못한다. 민감한 사안을 이용해 목소리만 키우고 다수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등한시한다. 이는 장외 투쟁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원내에서 논리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다. 집권을 하지 못한 이유를 찾아본다면 당열을 재정비하게 될 것이다. 왜 야당의 존재감이 미미해졌는가. 국민들의 신뢰는 왜 잃어버리고 있는가. 촛불을 들고 거리를 누비며 국민들과 함께 있다고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가. 시대 요구에, 국민들의 요구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권력이 시대의 변화를 읽어 발전의 모습으로 나아간다면 새로운 사회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시대를 읽지 못하면 독점 세력이 돼 민폐의 화근이 된다. 정당의 행보는 책임이고 역량이다. 국가와 국민의 바른 길을 위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결집력을 보여야 국민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인도와 차도에 얽힌 깃발과 사람들의 모습이 작금의 우리 정치 현주소임을 볼 때 시작되는 봄이 참으로 복잡하다. 싹이 돋고 꽃도 피고 해야 하지만 어떤 결과물이 될지 보이는 내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편중된 의석처럼 편향된 의식으로 경쟁이 아닌 투쟁이란 말로 전투적으로 임할 일이 아니다. 

야당만의 문제도 아니다. 정부와 여당 모두의 책임이다. 정권의 실정을 바로잡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변화하는 시대와 국민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시대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며 자신의 목소리만 주장하려니 당의 내분도 국민의 지지도 요원해진다. 오늘의 위기는 내일의 기회라는 말이 있다. 어려움을 넘어서면 웬만한 역경이 어려움으로 보이지 않듯 작금의 위기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다. 엄청난 재난이 지나가며 남긴 피해와 경제 회복이 필요하고, 고갈된 산업과 성장 동력의 기반을 다시 세워야 하는 국면이다. 모두가 기대하는 내일을 만들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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