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갑작스러운 공장 화재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A가 딸과 함께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오래전 A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아내는 공장 청소일을 하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 처리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일을 해서 조그만 빌라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아내가 일하던 공장에 불이 나 아내를 잃고 보상금 협의 문제로 최근에야 장례 절차를 마무리한 후 A와 딸은 상속인으로서 보상금을 신청했는데, 사망한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수첩을 발견하게 됐고 그동안 아내가 집안 살림을 꾸리기 위해 여기저기에 빚을 많이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됐다고 합니다. A는 할 수 있으면 그 빚을 다 갚고 싶었지만, 빚이 예상보다 많아 지금 사는 빌라를 처분해도 빚을 모두 갚긴 어렵겠다면서 크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안의 경우 한정승인을 하는 대신 상속재산 파산 신청을 해 채무정리를 하도록 했는데, 상속재산 파산이란 상속재산 및 채무와 관련된 복잡한 법률 문제를 상속인의 신청에 의해 법원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처리하도록 하는 채무정리 제도로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307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재산으로 상속채권자(망인의 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한 채무를 완제할 수 없을 때, 상속재산과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을 분리해서 상속재산을 청산하는 파산 절차로서 신청권자는 상속채권자(망인의 채권자), 유증을 받은 사람, 상속인, 상속재산관리인, 유언집행자 등이며, 상속개시지(망인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본원 파산부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속재산관리인, 유언집행자 또는 한정승인이나 재산분리가 있은 경우의 상속인은 상속재산만으로 상속채권자, 수유자에게 전부 갚을 수 없는 상황을 알게 된 때에는 상속재산 파산 신청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299조 제2항). 

신청인은 상속 개시가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하는데, 다만 3개월이 지나도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은 동안에는 신청할 수 있고, 한정승인 또는 재산분리가 있은 때에는 상속채권자, 수유자에 대한 변제가 아직 종료하지 아니한 동안에도 파산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300조). 

상속재산 파산은 상속재산으로 상속채권자(망인의 채권자), 수유자에 대한 채무를 전부 갚을 수 없는 경우, 즉 ‘채무초과’를 원인으로만 신청할 수 있고, 채무초과 상태에 관한 판단은 상속개시시(망인의 사망 시)에만 존재할 필요는 없고, 파산선고결정 당시에 존재하면 됩니다. 상속재산 파산의 절차나 처리는 개인파산 절차에 준해 처리되며, 파산선고 결정 후 상속재산을 처분해 현금화하고, 채무를 확정·배당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되며 통상 1년 정도 걸리는데, 부동산 등 환가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재산이 많거나 채무관계가 복잡하고 소송이 많이 걸려 있다면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신청인은 법원 집회에 1~2회 정도 출석하고 파산관재인이 요청하는 서류만 준비하면 큰 어려움 없이 절차를 종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속재산 파산에서는 면책제도도 없을 뿐더러 망인의 재산과 부채를 정리하고 나면 종료되기 때문에 개인파산과 같은 면책복권 결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개인파산제도와 유사하게 절차가 진행되지만, 상속재산의 분배·청산과 관련 있을 뿐 상속인들의 신용이나 재산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으며 오로지 상속재산으로 상속채무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상속재산 파산제도의 장점은 상속인 처지에서는 한정승인 후 피상속인의 재산을 환가하는 절차 및 많은 채권자의 다툼·배당·청산 과정을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을 통해 처리하므로 전문성과 투명성이 보장되고 절차가 누락되거나 잘못 배당돼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채권자는 피상속인의 재산이 적정하게 환가됐는지, 배당에 있어서도 공평한지를 법원의 감독 아래 처리함으로써 신뢰를 높이고 분쟁을 줄일 수 있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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